하나신탁, '경영 정상화' 바쁜 제일병원 건물 매입 완료 CR리츠 활용, 의학연구소·모아센터 인수…총사업비 434억
고진영 기자공개 2020-11-26 13:17:34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자산신탁이 충무로 제일병원 건물 일부에 대해 리츠를 통한 매입작업을 마쳤다. 기업구조조정 리츠를 활용했으며 430억원 가량을 조달했다.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지난해 폐업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뒤 경영 정상화에 매진 중이다. 이번 건물 매각 역시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은 서울시 중구 묵정동에 있는 제일병원 사업지 가운데 '제일병원의학연구소'와 '모아센터' 건물 및 부지 매입을 마무리했다.
매도인은 제일병원을 운영하는 제일의료재단이며 인수주체로는 하나자산신탁이 설립한 ’하나트러스트제1호 CR리츠(기업구조조정 리츠)’가 나섰다. CR리츠는 기업의 채무상환을 위해 팔리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설립되는 리츠다.
매매된 건물 가운데 제일병원의학연구소는 서울시 중구 묵정동 31-4, 모아센터는 묵정동 31-7에 위치해 있다. 의학연구소의 경우 연면적 3082.50㎡에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로 1994년 11월 준공됐고 모아센터는 연면적 7058.47㎡,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로 2001년 3월 준공됐다.
토지와 건물을 합진 감정평가액은 406억원이고 하나자산신탁은 이보다 11% 정도 낮은 360억원에 거래가를 합의했다. 여기에 취득부대비용과 운영기간 예비비, 모집주선수수료 등을 합친 리츠의 총사업비는 434억원이다.
하나자산신탁은 이 가운데 에쿼티로 169억원을 조달하고 25억원은 임대보증금, 240억원은 론(loan)으로 마련했다. 대출의 경우 구체적으로 선순위 담보차입금이 190억원, 중순위 담보차입금이 50억원이다. 금리는 선순위 연 3.0%, 중순위는 연 5.0%에 합의했으니 연간 8억2000만원 정도가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보증금을 포함한 LTV(담보인정비율)는 73.6% 수준으로 계산된다.
하나자산신탁은 추후 3년간 해당 건물들을 운용하다가 시장 상황을 살펴 처분하고 투자회수를 꾀할 계획이다. 투자포인트로는 입지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병원은 대학교와 행정기관, 각종 기업 사옥들이 밀접한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해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 등 서울 핵심거점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라며 “의료관광 수요를 흡수하기도 유리한 위치”라고 평가했다.
해당 건물들을 자산으로 담는 리츠가 세워지면 하나자산신탁이 보유한 리츠 중 유일한 CR리츠가 된다. 하나자산신탁은 이 리츠와 자산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매입수수료로 8억원, 운용수수료로 연간 2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차후 매각시에는 매각성과보수로 매각차익의 10%를 지급받기로 했으며 다만 리츠의 보통주 IRR(내부수익률)이 10% 이상을 달성할 경우 매각차익의 20%를 가져갈 수 있다.
건물을 판 제일의료재단은 매각대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963년 12월 국내 첫 민간 여성 전문병원으로 문을 연 제일병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한 달 분만건수가 1000여명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뿐 아니라 이영애씨, 고현정씨 등 유명 연예인들도 이곳에서 출산했다. 제일병원 창업자인 고(故) 이동희 박사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촌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 제일병원이 삼성그룹 계열에서 독립한 이후 저출산 기조로 환자 수가 크게 떨어진 데다 병원신축 등에 지나친 비용을 지출한 탓에 어려움에 빠졌고 2018년 말에는 사실상 영업을 멈추며 개원 55년 만에 폐원 위기를 맞았다.
결국 지난해 초 서울회생법원 회생절차에 진입했다가 같은해 말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가까스로 살아났다. 파빌리온자산운용에 묵정동 부지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어느정도 운영재원을 확충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제일병원은 분원 형태로 다른 곳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설하고 본 사무소와 검진센터 등 일부 시설은 해당 부지에 존치하게 된다. 이번에 하나자산신탁에 건물을 매각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수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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