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WM 거버넌스]'비예금위' 출범 신한은행, 의사결정 최정점 'CCO'고위험상품 11개 그룹장 '그물망' 심사‥상품 출시 전과정 컨트롤 타워 '소비자보호그룹'
정유현 기자공개 2020-12-08 12:54:04
[편집자주]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은행과 증권사 자산관리 조직의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융회사들은 상품 심의 절차를 추가하고 리스크관리 조직을 개입시키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부여했다. 사후관리 절차에서는 전담조직을 출범시켜 수익률 점검과 리밸런싱 등 지속성을 보강했다. 더벨이 각 은행과 증권사의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개선현황을 짚어보고 관련 조직과 핵심인물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비예금상품위원회 및 협의회'를 구성하고 소비자보호그룹장(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에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올해 초 출범한 소비자보호그룹은 처음에는 상품 사후 관리 정도의 권한이 있었지만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며 위상이 더 높아졌다. CCO가 상품 선정 및 도입 및 사후관리 전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며 금융상품 출시 프로세스 핵심으로 부상한 셈이다.내부통제 개념을 과거 은행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옴부즈만 제도 및 금융소비자오피서 제도 등을 시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을 갖추며 리딩뱅크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 은행권 모범규준 시행 동시 '비예금위' 출범…소비자보호그룹 '최정점'
지난 9월 은행연합회는 이사회를 통해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한 바 있다. 펀드, 신탁, 장외파생상품 등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비예금상품에 대해 은행이 까다롭게 판매하기 위해 임원급 협의체인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비예금상품설명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각 은행들은 모범규준을 올해 말까지 내규에 반영할 예정으로 실제 조직이 출범하는 시기는 대부분 내년 1분기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모범 규준이 발표된 9월 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내규를 제정하고 회의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 기반으로 고객 신뢰를 두텁게 쌓기 위한 발빠른 전략이었다.
9월 비예금상품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상품 출시 전 과정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상품을 제안 받으면 신한은행은 상품을 사전에 검토하고 실무자들이 모인 상품선정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 이후 소비자보호 부서와 사전협의를 마친 후 리스크부서에 넘겨 상품을 꼼꼼하게 다시 살핀다. 여기서 선정된 상품을 상품담당 임원이 전결을 하는 과정으로 구성됐었다.
비예금위 출범으로 상품 출시를 위해 더 촘촘한 그물망 심사를 실시하게 됐다. 일단 운용사가 제안서를 가지고 오면 15개의 부서의 실무자가 모여 '투자상품 사전협의회'를 진행한다. 실무자들은 상품선정 리뷰 점검표를 작성해 주요 내용을 비예금위원회 및 협의회와 공유한다. 비예금위원회는 그룹장급 인사들이 월 2회 이상 모여 굵직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회의체다.
여기서 통과된 상품은 비예금상품협의회에 공유된다. 투자상품 사전협의회에 15개 부서 실무자들이 참석한다면 협의회에는 부서장들이 참석한다. 이 협의회에서는 4~6등급의 펀드나 신탁, 퇴직연금 등의 상품이 선정된다. 위험 등급이 낮은 상품은 협의회의 권한으로 상품을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처럼 고위험 상품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그룹장들이 참여해 더 세심하게 상품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소비자보호그룹장, 리스크관리그룹장, 여신그룹장, 개인그룹장, 경영기획그룹장, IPS그룹장, 신탁그룹장, 퇴직연금그룹장,영업그룹장, WM그룹장 및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다.
비예금위원회까지 거치는 과정의 최정점에는 소비자보호그룹이 있다. 소비자보호그룹은 올해 초 신설된 그룹으로 경영지원소비자보호그룹 산하 소비자보호본부가 그룹으로 분리된 것이다. 그룹 전환 당시만해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상품 사후 관리 수준을 하는 곳으로 인식됐지만 모범 규준 등의 영향에 따라 막강한 권한이 생겼다.
소비자보호그룹을 이끄는 박현준 CCO는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 후 종합기획부, 대기업지원부, 투자경영지원실, 신용기획부, 인사부, 기업고객부, IB사업부, CIB기획실 등 본점 조직을 두루 거쳤다. 비예금위원회의 견해를 참고하되 은행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종 책임을 지는 무거운 역할을 맡고 있다.
◇ 투자자 관점 제도 및 시스템 재정비…사후관리 위한 '상품감리팀 신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고객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있다. 먼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녹취 대상 고객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령 투자자의 경우 투자자 성향 파악단계부터 녹취를 하고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 시 일반투자자도 녹취의 대상이다. 내년 3월에는 비예금상품설명서를 도입한다.
기존 상품설명 의무에 투자자유의사항 관련 신규 장표를 제정하고 상품설명서에 판매직원 서명 후 고객에게 교부할 방침이다. 부당 권유 금지를 위해 내년 3월에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관련 자격요건도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달 부터는 비예금상품 판매 창구 표식도 설치했다. 고객들의 상품 투자 전 과정의 허들을 높여 금융 사고를 방지할 예정이다.
투자 절차뿐 아니라 판매 후의 관리를 위해 소비자보호그룹 내 상품감리팀도 신설했다. 투자상품 전반에 대한 상시감리를 하는 곳이다. 전체 사모펀드에 대한 월단위 운용점검을 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상품감리팀은 매일 기준가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상시감리와 펀드·신탁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감리를 수행중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현장에서 접목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된 제도도 눈길을 끈다. 1월부터 실시된 '투자상품 판매 일시정지제도'는 금융감독원이나 투자자보호재단 등이 시행하고 있는 미스터리 쇼핑을 신한은행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다. 실제 지난 7월 7개 영업점이 부진점으로 선정되어 8월 한달 판매 정지가 적용이 됐다.
4월부터는 '금융소비자보호오피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 4월 23명을 선발해 지역 본부장 산하에 한 명씩을 배치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상·메일·전화로 코칭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11월부터는 금융소비자 관점에서의 당행 소비자보호 체계를 점검하고자 학계, 법조계 등 분야별전문가 5인과 투자상품 컨설팅 전문 법인 1곳으로 구성된 '신한 옴부즈만 제도'도 시행하는 등 고객 중심 경영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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