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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NASA 서열 3위' 신재원 사장 '특급대우' '도심항공기(UAM) 사업부' 총괄…피터 슈라이어 영입 '데자뷔'

김경태 기자공개 2020-12-16 08:15:4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 강화 의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는 신재원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사업부장이 꼽힌다. 그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동양인 최초로 서열 3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한지 약 1년만에 승진하면서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전체 승진 임원 수는 비공개했지만 승진자의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임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규임원 글로벌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미래사업과 기술분야 리더 중 승진한 주요 임원으로는 5명이 있다. 이규오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과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이 됐다. 현동진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 실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가장 높은 직급으로 올라선 임원은 신재원 UAM사업부장이다. 그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신 사장의 승진이 정의선 회장의 능력 위주 인사 철학과 미래사업 의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사장은 NASA 출신으로 항공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한국에서 자라다 20대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2년 연세대를 다니다 눈이 나빠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 면제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는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것을 깨닫고 유학을 결심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석사를, 버지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다. 1989년 클리블랜드에 있는 NASA산하의 글렌리서치센터에 들어갔다. 항공 안전, 항법시스템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항공기 날개와 엔진, 동체에 생기는 얼음이 항공기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였다.

그러다 1994년 겨울 시카고 공항에 착륙하던 미국 아메리칸 이글사의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 70여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신 사장은 사고가 일어난 이유가 날개 부분의 결빙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NASA 내에서 명성을 떨쳤다.

1998년 글렌리서치센터 항공안전기술개발실 실장을 역임하며 NASA에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2001년 항공연구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이 됐다. NASA 내에서는 국장과 부국장에 이어 서열 3위인 자리다.

그렇게 NASA에서 '잘 나가던' 신 사장은 작년 9월 현대차그룹에 전격 영입됐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을 크게 3개 축으로 분류했다. 이 중 개인용비행체(PAV·Private Air Vehicle)가 30%로 자동차(5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정 회장은 야심 찬 계획을 실현할 적임자로 신 사장을 낙점했다.

재계에서는 그의 영입을 두고 고 아산 정주영 회장 시기 영입됐던 이현순 박사와의 '데자뷔'를 얘기하기도 한다. 아산은 자동차 부품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체 엔진 생산을 위해 1984년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이현순 박사와 이대운 박사를 영입했다.

현대차에 기술 제공을 하던 미쓰비시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당시 구보 도미오 미쓰비시 회장은 "최신 기술을 줄 테니 이현순을 해고하라. 로열티 절반을 깎아줄 테니 사표를 받아라"는 식으로 회유했다. 아산은 '미쓰비시가 이렇게 좋은 제안을 하는 것을 보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속 추진했고 엔진 국산화를 이뤘다.

정의선 회장의 피터 슈라이어 영입도 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은 공교롭게도 현대차가 아닌 기아차에서 시작됐다.

부진을 거듭하던 기아차의 미래는 디자인에 달려있다는 판단을 내린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은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던 아우디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로 영입하게 된다. 당시 정 회장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까지 직접 찾아가 설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차에 합류한지 약 1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핵심 인재에 대한 '특급 대우'를 보여줬다. 신 사장이 합류한 뒤 현대차는 우버와 PAV를 기반으로 한 UAM사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1월 CES에서 실물크기의 PAV 콘셉트를 최초 공개했다.

다만 우버와의 협력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은 이달 8일 우버가 보유한 에어택시 사업 부문인 '엘리베이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외부 기업과의 UAM사업 협업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는 평이 중론이다.

신 사장은 이달 열린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28년 완전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하겠다 밝혔다. 2030년대에는 보다 확장된 항속 거리로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Regional air mobility(인접도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비행체를 제조하는 것을 넘어 생태계를 석권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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