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론 재점화]원론적 차원? 예산·인력 배분 비효율성 '현실적 문제'②정책·감독집행 이원화 부작용, 사모펀드 사태로 필요성 커져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11 07:24:00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감독 기능의 재정립을 두고 당국과 학계 등은 10년 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올해를 시작하며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내부적으로도 본격적인 개편안 구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독립 주장의 근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7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의 이원화된 국내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졌다. 큰 틀은 금융위원회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금융감독원은 감독을 집행하는 구조다. 이는 당시 정부가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해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만들어지게 됐다.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금융감독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0년경 교수이자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맡던 시절부터 감독 기능의 독립 필요성을 말해왔다. 특히 2018년 금감원장에 발탁된 시점부터는 이러한 소신을 더 큰 소리로 외쳤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독립에 대한 의지가 늘상 있어왔던 만큼 윤 원장의 독립론에 대한 지지가 많다. 다만 조직원들이 바라보는 금융위로부터의 독립 필요성은 학자로서 원론적인 윤 원장의 개혁론과는 조금 다른 관점이다. 현장에서 금융사에 대한 검사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이유로 독립 필요성을 바라본다.
금감원은 공공성을 띄고 있는 민간조직이다. 연간 예산의 70% 이상이 금융사들로부터 받은 감독분담금으로 조성된다. 금융위에서 감독정책을 수립하면 집행을 수행하는 일종의 금융감독기능 대행 역할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감독정책에 대한 자율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서 각종 이슈에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금감원 내에 많다. 실제 위험요소가 있거나 사전 규제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 금감원 스스로 계획을 세워 감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한 뒤 금감원이 감독 집행을 하는 구조 탓에 시기를 놓쳐 금융사고 규모가 더 커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검사 방향 및 대상 등의 계획을 짜서 내려보내면 금감원이 현장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구조"라며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도 있는데 제도나 정책 등의 문제로 실행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독 집행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말도 들린다. 현재 금감원은 자체 예산 및 인력 구성에 대한 권한이 없다. 금융위가 모든 사안을 핸들링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및 인력 운용과 예산 계획 등을 짜는 데 있어 제약이 크다. 그만큼 금감원의 자율권은 여러 부분에서 제한된다.
이에 따른 한계는 최근 각종 사모펀드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2019년부터 문제가 된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서 판매사에 대한 검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족한 검사 인력과 예산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판매사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검사를 진행했던 것도 이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됐다. 특히 은행과 증권등 금융사와 그 전현직 대표이사(CEO) 및 임원들을 제재하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본질인 운용사 등에 대한 검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사모펀드 운용사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연말 검사가 완료된 곳은 전체 233여곳 중 18곳에 그친다.
금감원이 대규모 검사가 필요한 부분에서 속도를 못 내는 또 다른 이유로 조직 체계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금감원은 크게 기획·보험, 은행·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회계, 금융소비자보호 4개 부문으로 난뉘다.
기획·보험부문은 금감원 운영과 보험업권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수행한다. 은행·중소서민금융부문은 은행과 저축은행, 여전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분쟁조정 등을 담당한다. 자본시장·회계부무에서 금융투자업종에 대한 감독 및 검사 수행과 더불어 공시조사와 회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처럼 조직이 세분화 돼 있고 각 부문 및 국실별로 고유업무가 존재한다. 때문에 최근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처럼 대형 이슈가 터지면 해당 국실에서만 자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대형 이슈에 통상 태스크포스팀(TFT) 등을 구성해 대응해야 하지만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를 금감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제약이 뒤따른다. 조직이 크고 인력과 예산이 많이 배분돼 있던 은행과 증권사 등에 대한 검사는 속도가 났지만 조직 내에서 기존 집중도가 낮았던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검사는 더디게 진행됐던 배경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안 사안에 TFT를 구성해서 집중적으로 검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예를 들어 전문사모운용사 점검하는데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100명인데 금융위에서 배정해 놓은 예산과 인력은 5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운용은 예산과 연관돼 있다”며 “금감원이 독립하면 현장의 필요와 요구 등에 맞춰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고 감독기능의 효율성과 전문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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