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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디지털 기신환’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14 07:40:3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독서광’이다. 가끔 자신이 읽은 책을 직원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다시 책을 통해 조직에 공유하는 이른바 '진옥동식 독서경영'이다.

올해를 준비하는 동안 진 행장의 손에 들려있던 책은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지은 ‘규칙 없음’이다. 이 책은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가 대담형식으로 담겨있다.

진 행장은 이 책을 통해 디지털금융 전환을 넘어 은행의 플랫폼화 전략을 고심했다. 그는 새해를 시작하며 다양한 전략을 통해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신년사의 첫 머리에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이라고 강조하며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진 행장이 그리는 디지털금융은 표면적으론 경쟁사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지향점과 접근 방식은 다르다. 그는 크게 3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디지털금융에 대한 비전을 세웠다. 이를 종합하면 ‘기신환’으로 축약할 수 있다.

기(旣)는 이미 있던 것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기존 은행업의 영업방식이 디지털화 되는 것을 말한다. 영업채널의 디지털화가 핵심이다. 진 행장은 디지털론센터·디지로그브랜치·디지털영업부 등을 영업 최전선에 배치했다. 그동안 축적된 디지털금융 기술을 일선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신(新)은 새로운 먹거리를 의미한다. 과거 은행이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에서 수익모델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업과 4차산업, 디지털과 플랫폼 산업의 경계에 있는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가상화폐와 마이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진 행장은 직속 조직으로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했다.

환(換)은 바꾸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은행의 체질을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수익모델에 디지털금융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의 업무 방식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진 행장의 생각이다.

신한은행은 진 행장의 ‘디지털 기신환’을 거쳐 플랫폼 기업처럼 진화할 수 있을까. 2기 체제를 시작한 진 행장의 경영 보폭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고 빠르다. 그가 그려낼 새로운 신한은행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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