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배경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우리 기업 문화가 잘 드러난다. 영화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트렌드는 '글로벌'이다. 세계화 흐름에 발 맞춰 직장 내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외국계 기업 출신 외국인 임원이 전진 배치되는 모습이 보여진다.이 영화를 보고 나서 2020년대의 경영 키워드는 먼 훗날 무엇으로 기억될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ESG(환경·사업·지배구조)가 아닐까 싶다. ESG 경영 의지는 1990년대 글로벌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ESG가 대세다.
건설업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SK건설은 건설사 중 가장 빠르게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친환경사업부문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하·폐수와 폐기물을 처리하는 EMC홀딩스를 인수하고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해 친환경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SK건설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는 아예 모든 사업부명에 '에코'라는 단어를 붙여가며 ESG 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는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는 한 해로 만들자"고 신년사에서 밝혔고 이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ESG 경영을 위해 회사 이름까지 바꾸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변혁이다.
신사업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SK건설의 친환경 사업은 지금껏 펼쳐온 사업과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 환경에서 신사업은 오직 오너(Owner)만이 시작할 수 있다. 10년 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SK건설은 말한 대로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다. 약 1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당시 해외 플랜트 사업 성장을 공언하며 플랜트 수주 확대 전략을 밝혔다. 당시 해외 경력이 있는 경영진을 영입하며 사업을 키웠고 이 덕에 2010년 매출 비중 41%이던 플랜트 사업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3%까지 높아졌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등장하는 마케팅팀장은 우수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는데"라고 칭찬한다. 지금 시작한 친환경 사업이 2000년대 후반부터 공들인 플랜트 사업처럼 10년 후 SK건설의 실적을 더욱 성장시켜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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