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SK건설]상장사 준하는 사외이사 구축...2008년 IPO 준비 영향①2008년부터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 갖춰…상장 대비 행보 풀이
이정완 기자공개 2021-03-02 13:30:4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4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건설은 비상장사다. 하지만 이사회 제도는 상장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외이사다. SK건설은 2008년부터 등기이사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 2008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영향이 크다.현재 SK건설 이사회는 6명으로 구성돼있다.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이다. 사내이사는 안재현 대표이사가 유일하고 기타비상무이사는 SK㈜ 이성형 재무부문장이 맡고 있다. 전체 이사진 중 67%가 사외이사다.
SK건설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할 의무가 없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두고 이사 총수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나 비상장사는 사외이사를 두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SK건설은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유지해왔다. SK건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 임원 현황에 처음으로 사외이사가 등재된 시점은 2003년이었다.
당시 계열사 임원이던 박찬중 SK케미칼 전략기획실장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SK케미칼은 SK건설 지분 40.67%를 보유하던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의사결정 시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능보다는 계열사 관리 차원의 선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도 없던 시절이었다.
사외이사 선임 기조가 달라진 것은 2008년부터다. SK건설은 2008년 5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 위원장,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 안용찬 애경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2005년부터 SK건설 사외이사를 맡던 변근주 연세대 교수도 이사진에 포함돼 있어 사외이사 비중이 전체 이사진의 57%에 달했다. 변 교수는 같은 해 10월 사외이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당시 SK건설은 "법률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에 해당되는 기준인 과반수를 초과하는 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과 전문성을 크게 높였다"며 "기업경영의 투명성, 전문성, 합리성을 향상시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이 시기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신설해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감사위원회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설치가 필요한 제도다. 상법상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어야 하며 그 중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2008년 SK건설의 이사회 강화 행보는 상장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SK건설은 2008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분위기가 악화된 탓에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물밑에서 상장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K건설은 사외이사를 비롯 이사회 차원에서는 일찌감치 상장 준비를 마무리한 모습이다. SK건설은 2021년 2월 기준 현재 4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진은 대부분 금융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 이승호 법무법인 율촌 고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를 맡았던 김종호 LS전선 준법경영위원회 위원장, AJ ENS 대표이사 출신 김윤모 AJ 고문 등이 있다. 건설 전문가로는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인 박선규 교수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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