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계하면서부터 시장의 관심은 지분 상속에 쏠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얼마를 물려받느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그룹 소유구조가 뒤바뀔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개인적으로 3남매보다 관심 있게 지켜본 이는 고인의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다. 그에게는 상속보다 포기라는 선택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법은 상속에서 자녀보다 배우자를 우선한다. 별다른 상속유언이 없을 경우 유산 3분의 1이 배우자 몫이다.
자녀 셋 이상의 재력가라면 배우자 상속분이 자녀들보다 많아진다. 삼성가가 일반 자산가 집안이었다면 홍 전 관장은 가장 많은 몫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가의 안주인이다. 그래서 포기해야 할 게 많았다.
일단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는 게 부담이다. 그의 사후 자녀들이 상속받을 때 또 세금을 내야한다. 안 그래도 유산 중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가장 많고 상속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승계를 완성하고 상속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지분상속 포기가 필요하다. 삼성생명 소액지분 정도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술품도 그렇다. 이번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에는 홍 전 관장의 지분이 크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 응용미술학 전공자로 삼성가에 입성한 뒤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등을 지내며 경영보다 미술, 문화에 집중했다. 미국 뉴욕 경매장이나 영국 런던 경매장에 사람을 보내 작품을 자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술·문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던 그가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동의했다는 건 자기 몫의 유산 상당부분을 내려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상속받을 경우 세금부담이 더 커지고 물납도 불가능한데다 현금화 또한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옥고를 치르고 사법리스크에 시달릴 때마다 그가 좀 작은 기업의 후계자였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많다. 이런 고역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삼성가 황태자라는 왕관의 무게다.
이번 상속이슈를 지켜보면서 홍 전 관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삼성가 안주인은 내려놓을 게 많은 자리였다. 그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3남매의 균열을 막고 혹시 모를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려면 어머니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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