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리뷰]롤모델 '발렌베리'식 소유·경영체제 접었다①재단활용 카드 무산, 정공법 선택…사법리스크로 시간·여유 부족
원충희 기자공개 2021-05-03 07:25:32
[편집자주]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삼성가의 상속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상세한 내용을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방향은 현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유지와 안정이다. 통상 재벌가의 상속은 소유구조 변화를 몰고 왔으나 삼성은 결이 다르다. 그간 삼성이 고민해온 지배구조를 현 시점에서 되짚어보고 추후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13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한동안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소유·경영 구조를 벤치마킹해 지속 연구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취합해 왔다. 비영리법인(재단)을 중심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재단에 의한 기업지배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반영은 될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구속, 또 다른 재판으로 사법리스크가 끝나지 않는 가운데 이건회 회장이 타계하면서 상속문제가 겹쳤다. 여유와 시간은 부족하고 대중의 여론을 고려해 재단을 통한 상속·승계카드는 사실상 접어야 했다.
삼성가는 지난 28일 상속세 12조원 이상을 모두 연부연납으로 내겠다고 알렸다. 자세한 상속내역을 밝히지 않았지만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 지분(4.18%)의 상당량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지분(20.76%)은 유족 4인에게 분할되는 방안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을 신고하면서 유산지분을 공유한다고 전달한 게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로써 발렌베리 가문처럼 재단을 활용한 승계 카드는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재단 활용방안은 수년 전부터 불거진 얘기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16조)상 공익재단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또는 출자총액에 5% 미만까지를 보유할 수 있다. 5% 미만까지는 세금이 면제되나 이를 넘길 경우 초과분의 최대 60%까지 증여세가 부과된다. 때문에 다수의 재벌그룹은 계열재단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토록 해 지배력 확보에 이용하고 있다.

삼성에는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이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곳은 차녀 이서현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복지재단(0.08%)과 삼성문화재단(0.03%)이다. 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보통주 4.18%+우선주 0.08%)을 모두 증여해도 5% 미만이다. 삼성전자 지분 관련 상속세만 줄여도 전체 액수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재단을 통한 승계와 소유·경영 분리는 삼성이 오래 전부터 눈여겨봐온 발렌베리 가문의 특징이었다. 스웨덴의 거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은 5대에 걸쳐 160년 동안 한 가문이 소유해 왔으나 직접 경영에 참여하진 않는 구조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발렌베리 재단이 전문경영인을 직접 선정하고 그 산하의 모든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인다. 현재 100여개 계열사 지분을 가문이 공동으로 소유한 재단이 갖고 있다.
발렌베리 가는 고 이건희 회장 때부터 이재용 부회장까지 대를 이어 삼성과 친분을 이어가는 곳이다. 이 부회장과도 만남이 있었다. 이 같은 우호적인 관계로 향후 삼성의 새로운 지배구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이 됐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재단을 통한 승계나 소유·경영 분리가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도 재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상속 및 지배력 확보 등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상당수 재벌그룹들이 재단을 지배구조를 위해 활용했다. 삼성에 대해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눈초리를 더욱 날카로워졌고 삼성 측은 재단을 우회상속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수감과 재판 등에 발목 잡혀 상당한 사회적 압력을 받고 있다. 고 이 회장 후 별세 후에도 국정농단 재판과 더불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이어지면서 상속 관련 문제를 풀 여유나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정공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재단을 활용한 카드나 발렌베리식 소유·경영 분리체제 도입은 먼 얘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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