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기관투자자 '무한신뢰' 서범진 삼성액티브운용 그로쓰본부장대형주 투자, 안정적 수익 쌓는 스타일...운용업계 ESG 리더 ‘포부’
이민호 기자공개 2021-06-07 12:59:4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쓰(Growth)본부장은 기관투자자가 믿고 맡기는 매니저로 통한다. 그가 운용하는 국민연금 대형주펀드는 순자산(NAV)이 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에 투자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쌓아가는 운용 스타일이 기관들의 선호에 부합했다.올해 삼성액티브자산운용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모델을 정립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운용업계 최초로 책임투자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최근 론칭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도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대신운용에서 매니저 첫발…기관펀드 스페셜리스트 정립
서 본부장은 1999년 대신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양성과정을 통해 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바이코리아’ 등 펀드의 성공에 고무된 운용업계가 매니저 자체 육성에도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150여명 지원자 중 주식매니저 1명과 채권매니저 1명을 뽑는 경쟁이 치열한 자리였다. 4년여 기간을 거쳐 2003년 주식매니저 타이틀을 달았다. 그의 손에 처음 쥐어진 펀드는 당시 대신투자신탁운용의 메인 펀드였던 ‘대신꿈나무’와 ‘대신부자만들기’였다. 2005년 ‘대신꿈나무’ 펀드를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상위 1%에 올려놓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이자산운용이 2010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주식형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하이자산운용도 랩 자문을 담당할 매니저가 필요해졌다. 하지만 랩이나 ‘하이행복만들기’ 등 공모펀드보다 기관펀드를 운용한 것이 서 본부장에게 일대 전환점이 됐다. 노동부, 사학연금 등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일임펀드와 생보사 변액펀드를 맡아 2013년까지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
2014년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에 재직하던 이승준 상무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에 선임되면서 기관펀드 운용경험이 풍부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으로 합류했다. 2017년 1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분사되면서 이 상무와 함께 자리를 옮겼고 2018년 11월 이 상무 퇴사 이후에는 서 본부장이 그로쓰본부를 이끌고 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성장성 높은 대형주 중심 투자…안정적 초과수익 달성
운용스타일은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로 요약할 수 있다. 성장성 있는 주식이면서 밸류에이션이 비싸지 않은 적정한 가격이면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향후 5년을 예상해 내재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기업에 장기투자한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를 선호한다. 이는 그가 주력으로 운용하는 기관펀드가 매년 벤치마크(BM) 대비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과거 이런 스타일에 치우쳐 중소형주 장세에서 부진한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 등 개별종목이 상승하는 중소형주 장세에서 자동차와 IT 업종에 투자해 BM을 언더퍼폼했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 본부장은 이런 약점을 모델 포트폴리오(MP) 이원화로 극복했다. 대형주 위주의 일반 MP와 중소형 MP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일반 MP를 주력으로 하되 중소형주 장세가 전망되면 중소형 MP 종목들의 편입비중을 탄력적으로 늘린다.
서 본부장은 시장을 이기려면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 리서치를 모두 반영한 종목선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소재, 산업재, 건설, 조선, 철강 등 경기민감(cyclical) 업종의 편입비중을 늘린 것은 톱다운 리서치 결과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보텀업 리서치의 경우 소속 애널리스트와의 세미나를 중요시하며 탐방 등을 통해 기업과의 접촉도 병행한다. 단순히 탐방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최고경영자(CEO)의 능력과 경영마인드를 체크하거나 경쟁기업을 탐방하기도 한다.
◇트랙레코드1: 삼성액티브 순자산 증가 1등 공신…기관 신뢰 ‘확고’
서 본부장은 안정적인 장기성과를 바탕으로 기관투자자에 신뢰를 주는 매니저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꾸준히 성과를 쌓아가는 운용 스타일이 기관들의 선호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기관 일임자금의 경우 매년 평가를 통해 수익률이 크게 부진할 경우 곧바로 환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운용사에게도 큰 규모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서 본부장이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한 2014년부터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 대형주펀드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펀드의 순자산은 3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현재 순자산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국내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급락 이후 연말에 이르러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일부 운용사의 순자산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투자 선호 증가와 주가 상승에 따른 환매도 있었지만 기관자금이 대거 빠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순자산은 2019년말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말 6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말에는 7조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개인자금 유입은 다른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부진했지만 기관자금 규모가 대거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보험사 변액펀드 자금유입이 특히 두드러졌다.
◇트랙레코드2: ESG 배점 업종별 차등화…책임투자보고서 발간 준비
서 본부장이 최근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ESG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에서 관련 인력을 영입해 지난달 리서치센터 산하에 ESG팀을 신설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ESG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ESG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아닌 ESG 등급이 상향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액티브자산운용만의 ESG 평가모델을 정립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업종별로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배점을 차등화하는 것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ESG 평가모델의 핵심 전략이다. 철강 등 산업재의 경우 E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반면 금융은 G에 배점을 높이는 방식이다. ESG 평가모델을 통해 각 기업에 A부터 E까지 등급을 매기고 C 등급 이상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서 본부장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운용업계 최초로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책임투자보고서가 ESG 투자 리더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임투자보고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기업에 대한 주주친화정책 강화 관련 활동 내역과 의결권 행사 내역 등 내용을 포함한다. ESG에 반하는 이슈가 기업에 발생한 즉시 리포트로 평가해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ESG 모니터링의 성격도 가진다.
책임투자보고서는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일부 기관에서만 발간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책임투자보고서가 운용업계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액티브 ETF 역량 집중…랩 자문 확장
서 본부장이 민수아 밸류(Value)본부장과 함께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쌍두마차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매니저의 업무 특성상 특정 영역에 편협된 사고를 가지게 될 위험이 있는데 세상의 변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이 주요한 성공요인이라는 평가다.
최근 론칭한 액티브 ETF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자율주행, 전동화, 친환경부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K-미래차 액티브 ETF’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K-신재생에너지 액티브 ETF’를 출시했는데 서 본부장이 이끄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쓰본부가 위탁운용을 맡고 있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에 적용되던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 0.9를 0.7로 낮춘 상품이다. 기초지수에 대한 추종 수준을 낮췄다는 의미다. 그만큼 운용사의 전략과 스타일, 매니저의 판단을 녹여낼 수 있어 액티브 전략에 특화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기회로 보고 있다. 액티브 ETF 운용에 힘을 싣기 위해 기존 그로쓰본부 산하 주식운용1팀을 액티브 ETF 전담팀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올해는 주식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자문 비즈니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모펀드 투자보다 직접투자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는 수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서 본부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따른 우려에도 기업실적 개선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증시 상승이 기대된다”며 “ESG 투자 강화와 액티브 ETF 운용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랩 자문 확대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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