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이슈 점검]그룹 세대교체 가속화, 계열분리는 필연일까①삼성·LG·현대차 모두 거쳐...SK·GS·두산도 수년째 가능성 제기
조은아 기자공개 2021-06-28 14:08:53
[편집자주]
계열분리는 그룹 분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단순 계열분리를 넘어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대를 이어가고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계열분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이슈와 맞닿아 있는 그룹들의 시나리오와 함께 지배구조, 사업구조, 신사업, 리더십 등 미래 경쟁력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09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그룹에서 2~3세를 넘어 4세경영이 시작됐다. 대를 내려가면 그룹들은 갈림길에 선다. 양보와 타협 혹은 분쟁을 통해 한 명이 그룹을 이끌거나 형제 혹은 사촌들이 공동경영을 하는 방법이 있다.전자는 우여곡절 끝에 조원태 회장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한진그룹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후자는 GS그룹과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형제경영을 넘어 사촌경영까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아예 빠르게 계열분리를 선택해 분쟁의 씨앗을 없앤 곳도 많다. 계열분리는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분쟁 없이 경영권을 나눠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계열분리는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동경영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면 계열분리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공동경영이 ‘배드 엔딩’으로 끝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형제의 난‘을 통해 그룹이 쪼개진 금호그룹이 대표적이다.
◇공동경영 한계, 계열분리 확대 가능성 주목
주요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등이 계열분리를 통해 탄생했다. 앞으로 SK그룹, 두산그룹, GS그룹 등 멀리 볼 때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도 있고 KCC그룹이나 세아그룹, 농심그룹 등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도 있다.
SK그룹은 10년 전부터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독립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던 곳이다. 당장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사촌경영에 접어들면서 10명 안팎의 오너일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GS그룹과 두산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대를 내려갈수록 친족 간 결속력과 유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사촌경영 이후’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하다.
KCC그룹이나 세아그룹, 농심그룹 등은 사실상 어느 정도 계열분리 윤곽이 드러난 곳들이다. 다만 지분 정리, 계열분리 이후의 경쟁력 확보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계열분리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분쟁 한 번 없이 순조롭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세대교체 때마다 경영권 갈등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친인척들이 물러나거나 계열분리를 했다. 지금까지 LIG그룹·LB인베스트먼트·아워홈·GS그룹·LF그룹 등이 차례로 평화롭게 독립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LX그룹이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단 5개 회사만 들고 독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화는커녕 잡음도 전혀 없었다.
계열분리에 따른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룹 규모가 줄면서 각종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특히 M&A(인수합병), 합작사 설립 혹은 전략적 제휴 등 투자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의 심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농심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심그룹은 당장 내년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겨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계열분리를 통해 자산규모를 5조원 아래로 낮추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평화로운 계열분리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 맹점으로 지목된다. 실제 LG그룹처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기 전 선제적으로 계열분리를 한 곳도 있지만 결국 형제 다툼이 계열분리로 귀결된 사례도 많았다. 경영권 다툼에서 배제된 사람이 규모가 작은 계열사를 들고 어쩔 수 없이 나온 경우다.
현대그룹이 대표적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00년 동생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등 일부 회사만 들고나와 ‘홀로서기’에 나섰다.

◇"계열분리, 이후가 더 중요"
계열분리 이후의 흥망성쇠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다만 결과적으로 볼 때 독립 당시 어떤 사업을 들고 나왔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시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실패한 곳은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반면 끊임없이 ‘살 길’을 찾아 계열분리 당시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환골탈태’한 곳도 있다. CJ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을 들고 나와 1996년 독자그룹을 형성한다. CJ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13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독립 직후부터 외식과 단체급식, 정보시스템, 물류, 건설, 영화 및 극장, 방송 등 분야를 넘나들며 숨가쁜 사업 확장이 이뤄진 결과다.
뿌리가 같은 한솔그룹은 한때 재계 10위를 넘봤지만 현재는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이동통신사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서 뼈아쁜 실패를 겪은 탓이다. 한솔그룹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먼저 분리된 곳이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인 고(故)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은 1993년 삼성그룹에게서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완전히 계열분리했다.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한 사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계열분리 당시 함께 분가한 그룹 가운데 규모가 제일 작았으나 현재는 재계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우물을 열심히 판 결과다.
독립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사례는 현대차그룹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계열분리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그룹을 차지한 정몽헌 전 회장이 현대가의 적통을 잇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자동차그룹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현대그룹 하면 현대차그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할 때 상대적으로 비주력으로 여겨지는 회사를 들고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며 “독립 이후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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