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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점검]최신원 회장은 왜 '실기'(失期) 했을까③처음 점찍은 SKC에서 신사업 실패, 돌고 돌아 SK네트웍스에 안착

조은아 기자공개 2021-06-29 14:20:15

[편집자주]

계열분리는 그룹 분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단순 계열분리를 넘어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대를 이어가고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계열분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이슈와 맞닿아 있는 그룹들의 시나리오와 함께 지배구조, 사업구조, 신사업, 리더십 등 미래 경쟁력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6: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사촌형제 4명의 역할 분담이 대략적 윤곽을 드러낸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면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를 보좌하고, 최신원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화학과 건설 등을 담당하는 구상이었다.

20년이 지난 뒤 최신원 회장은 기존 구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렌탈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네트웍스를 이끌면서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당분간은 계열분리도 요원하다. 최 회장이 아직까지 계열분리의 기반을 다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

◇휴대폰사업 실패의 ‘나비효과’

결과적으로 볼 때 SK텔레시스의 휴대폰사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말 그대로 순간의 선택이 희비를 가른 셈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휴대폰사업이 결실을 내지 못하고 SKC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실기’(失期)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무리해서 휴대폰사업에 뛰어든 이유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독립경영’에 대한 욕구에서 찾을 수 있다. SKC, SK텔레시스, SK네트웍스 등 최신원 회장 몫으로 분류되던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변방’에 있던 계열사들이다. 스스로 회사를 키워 당당하게 능력을 증명한 뒤 독립하고 싶은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SK네트웍스가 최신원 회장의 회사로 여겨지지만 당초 SKC와 SK텔레시스 경영에 힘을 쏟았다. 2000년 SKC 대표이사에 올라 2015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촌형제들의 역할 분담에 대해 자신은 SKC와 SKC를 중심으로 화학사업과 IT 소재부품사업을 담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발은 좋았다. 최신원 회장은 2000년 SKC 대표이사에 오른 뒤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당시 SKC의 주력사업은 비디오테이프 등 미디어사업이었으나 외환위기와 맞물려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그는 CD사업에서 철수하고 비디오테이프사업을 분사시키는 등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화학사업과 필름 부문을 확대했다. SKC는 최신원 회장이 취임한 2000년 첫 흑자를 낸 데 꾸준히 영업이익을 늘리며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휴대폰사업 진출이 패착이 됐다. 2009년 8월 최신원 회장은 SK텔레시스를 통해 휴대폰사업 재진출 의사를 밝혔다. SK그룹이 ‘스카이’ 브랜드 휴대폰을 판매해 온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 지 4년 만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선두주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던 시기였던 만큼 안팎에서 우려가 나왔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물론 SK그룹 고위 경영진도 반대했지만 최신원 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2년 만에 휴대폰사업에 실패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SK텔레시스는 한동안 휴대폰사업 실패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본잠식에 빠졌고 최신원 회장은 2015년 사실상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SKC와 SK텔레시스에서 물러난다.

재계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이 당시 SKC를 자신의 몫으로 여겼던 만큼 회사를 더 키우고 싶었던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휴대폰사업이 그의 예상대로 됐더라면 경영능력도 일찌감치 증명하고 회사도 키우면서 SKC를 통한 계열분리가 이뤄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은 한동안 다른 계열사 지분을 팔아 SKC 지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2004년 3월 주식 2만주를 매입하며 처음 주주로 올라선 뒤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0.06%로 시작한 SKC 지분율은 2012년 한때 3.56%까지 올랐다.

그러나 SKC텔레시스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SKC 지분율도 줄었다. SK텔레시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SKC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때 SK텔레시스(39.24%), 앤츠개발(90.91%) 등 개인의 자금줄 역할을 해줄 회사도 거느리고 있었으나 두 회사 모두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SKC, SK네트웍스 등 어느 회사 하나 지분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늘리지 못했다.

◇두 번째 선택, SK네트웍스는 다를까

SK네트웍스에서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까. 최신원 회장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들 최성환 사업총괄 대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독립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최성환 사업총괄이 SK네트웍스 지분 1.62%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 사업총괄은 1981생으로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경영능력을 쌓으면서 지분 확대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SK네트웍스 지분율은 0.83%이고,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SK㈜(39.14%)다.

SKC와 달리 SK네트웍스에서 추진한 신사업들을 순조롭게 안착하는 모양새다. 최신원 회장은 SKC와 SK텔레시스에서 물러난 지 1년 뒤인 2016년 SK네트웍스로 복귀했다. 앞서 SKC에 몸담으면서도 SK네트웍스를 향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왔다. SK네트웍스가 선친이자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모태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신원 회장 취임 이후 SK네트웍스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를 이뤘다. 렌탈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은 뒤 동양매직(현 SK매직)과 AJ렌터카(현 SK렌터카)를 인수했다. 패션과 LPG 등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246억원을 기록해 SK네트웍스 편입 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로선 최신원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돼 당분간 경영에 전념할 수 없는 만큼 그의 빈 자리는 전문경영인들과 최성환 사업총괄이 함께 메울 것으로 보인다. 최 사업총괄은 2019년 1월부터 SK네트웍스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사업총괄직을 맡고 있다. 사업총괄은 사업조직을 관리하면서 신성장추진본부의 투자관리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한다.

이밖에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이호정 SK네트웍스 경영지원본부장, 황일문 SK렌터카 대표이사, 윤요섭 SK매직 대표이사, 현몽주 워커힐 총괄 등이 주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2017년부터 최신원 회장과 대표이사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 회장이 SK네트웍스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을 함께 했다. 1987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유공으로 입사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 눈에 띈다. 현재 SK텔레콤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고 있는 박정호 사장이 거쳐갔던 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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