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월가 출신' 글로벌 CIO 박태형 부사장③신한운용 국내외 운용총괄…'ETF·TDF·글로벌' 집중 공략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06 13:09:57
[편집자주]
1996년 신한투자신탁운용으로 출범한 신한자산운용은 70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5위 종합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2002년 프랑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와 합작법인을 결성해 18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다. 2021년 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BNP파리바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더벨이 변화와 도약을 준비 중인 신한자산운용의 핵심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월가에선 항상 긴장 상태에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도, 일도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운용도 잘해야 하고 트레이드도 잘해야 하고요.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많죠. 글로벌 운용 능력은 그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신한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직을 맡고 있는 박태형 부사장은 미국 월가 출신이다. 고등학생 시절 외교관 부친을 따라 미국 뉴욕 유학길에 올라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메릴린치 인턴 경험을 시작으로 월가 내로라하는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거쳐왔다.
박 부사장은 수차례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운용 전문가'라는 명함이 따라붙었다. 신한운용은 올해 초 신한지주 울타리 안에 편입됐는데, 그의 역할은 국내외 운용총괄로 확대했다. 그의 행보가 향후 신한운용 색깔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 월스트리트 풍파 견뎌낸 베테랑 CIO 등장
한국투자공사 이사로 재직하던 박 부사장이 신한운용으로 적을 옮긴 것은 지난해 1월 초다. 신한지주는 박 부사장에게 신한운용 CIO 직을 맡기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주문했다. 당시는 프랑스계 BNP파리바가 신한운용 지분 35%를 갖고 있던 시기였다.
박 부사장이 국내 운용부문을 총괄하며 CIO 직을 수행한 지 꼭 1년이 되던 올해 1월, BNP파리바는 신한지주에 신한운용 보유지분 전량을 넘겼고, 신한운용은 신한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BNP파리바 측 사외이사와 임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박 부사장의 CIO 업무 범위는 대폭 확대했다. 과거 세바스티앙 카바넬 전 부사장이 맡고 있었던 해외 운용부문을 총괄하게 된 것. 이창구 사장과 박태형·류승헌 부사장 체제가 자리 잡았다. 류 부사장은 현재 전략·지속가능경영관리(CSSO) 직책을 맡았다.
해외 운용부문은 월가에서 수십 년 일해온 박 부사장의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박 부사장은 외교관 부친 영향으로 고등학교 시절 미국 코네티컷 주로 유학을 떠나, 콜롬비아대에서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건대에서 재무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재학 시절 메릴린치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면서 금융투자업계 박진감에 매료된 그는 후지캐피탈을 시작으로 JP모건, 베어스턴스, 브레반하워드, 소시에떼제네랄 등 뉴욕 월가의 내로라하는 증권가와 운용사를 두루 거치면서 상당한 내공을 쌓아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등 초대형 위기를 온몸으로 직접 견뎌 내면서도 미국 헤지펀드 최전성기를 경험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실패를 반복한 그때 경험이 글로벌 운용 감각을 키웠고, 그것이 지금의 박태형을 만들었다.
국내 운용업계는 라임·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투자상품이 가진 하방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목표 수익률만 달성하는 데 급급했던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펀드 운용 관련 레퍼런스 체크도 미진했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양질의 펀드로 제조하고 운용해, 수익과 신용 모든 측면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파리바BNP가 지분을 갖고 있었을 때는 제약이 많았죠. 늦게나마 제대로 할 준비가 됐고,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신한운용은 신한지주 울타리에 편입된 이후 ESG 채권 펀드 등을 전략펀드로 지정해 시딩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채권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운용 펀드 라인업 확충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신한운용 미래는 'ETF·TDF·글로벌'
업력이 30년에 육박하는 박 부사장이 바라보는 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너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정했다는 정보가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데 몇날며칠이 걸렸던 과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지금은 매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정보량도 상당하다. 기업 분석 역시 일부 매니저가 독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펀드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액티브 펀드의 미래가 불확실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아직까지 정보 비대칭이 유지되는 시장은 대체투자 시장입니다. 레버리지가 들어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영향도 있습니다. 다만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약이 됐던 것이 독으로 바뀔 수 있겠죠."
그런 그가 주목하는 주력 분야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겟데이트펀드(TDF), 글로벌 비즈니스다. 신한운용은 ETF 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충원했고, 최근 TDF 글라이드 패스 내재화에도 성공했다. 여타 운용사와 비슷한 행보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공모주 펀드가 인기가 있었고, 퓨쳐 모빌리티 등을 테마로 삼은 펀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유동성이 줄면서 가치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각광 받겠죠. ESG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찾아야 합니다."
신한운용 운용 스타일을 시장에 드러내기 위해 매주 한 번씩 CIO 레터도 직접 작성한다. 박 부사장이 가진 시장에 대한 뷰를 여러 가지 이슈와 함께 풀어내 기관 고객과 언론 매체 등에 전달하는 식이다. 시장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CIO는 국내에선 유례가 없었다.
그만큼 작업은 부담스럽다. 지난해에는 올해 시장을 예측하면서도 매니저들에게 채권 듀레이션을 낮추라는 주문을 강하게 하지 않아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시장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CIO가 소화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인력 관리다. 주식 시장 호황으로 브로커리지 사업 영역이 확대하고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 분야가 커지면서 인력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최근 운용업계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명 꼴로 이탈하고 있다.
"전문성과 정직성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일을 해왔는지 제대로 일을 배웠는지가 중요하죠. 정직성은 경력과 관계없이 중요한 요소이고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디서나 적용되는 원칙이고, 펀드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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