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메가인베스트먼트]바이오 투자 '팔면육비' 신나리 수석 심사역신약 개발 전주기 경험, 차별화된 '투자안목' 경쟁력
임효정 기자공개 2021-08-09 07:29:0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팀이 일을 냈다. 그 중심에는 ‘팔면육비’ 김연경이 있었다.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의 팔면육비(八面六臂)는 뛰어난 능력으로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신나리 메가인베스트먼트 수석 심사역에 대한 투자업계의 평가 역시 팔면육비로 요약된다.인더스트리 출신 심사역의 강점은 단연 전문지식과 경험이다. 관건은 이를 기반으로 투자자의 관점에서 딜을 발굴하는 역량이다. 바이오 전공자인 신 수석은 일찌감치 바이오벤처기업에 근무하며 인허가, 투자유치, 기획 등 다방면을 경험했다. 이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내실이 탄탄한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성장 스토리 : 바이오 연구원,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비상
서울아산병원 울산의과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신 수석은 2012년 올릭스에 입사하며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올릭스의 경우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지금은 성장궤도에 오른 기업이지만 당시만 해도 신생 바이오벤처기업이었다. 신 수석은 임원을 제외하고 올릭스에 입사한 첫 직원이었다.
대형사와는 달리 신생사에서는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해야 했다. 연구실 세팅부터 인허가, 투자유치, 기획에 참여하며 몸은 고됐지만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신 수석은 “이때의 경험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자양분이 되었다”며 “이때 맺었던 벤처캐피탈과의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라고 회고했다.
투자 업무를 맡았던 신 수석은 올릭스가 VC로부터 투자받아 성장하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에 크게 매료됐다. 이후에 신약에 집중하기 위해 올릭스에서 제약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VC업에 대한 잔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기로 했다.
신 수석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유제약을 퇴사했다. 새 둥지를 찾기 전이었지만 오롯이 도전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적을 두고 있으면 현실과 타협하게 될 것 같았다. 2018년 다방면의 경험을 높게 평가한 메가인베스트먼트가 바이오 심사역으로 신 수석을 채용했다. 그렇게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원석 발굴부터 세공까지
메가인베스트먼트는 초기기업 투자에 역량이 높은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신나리 수석 역시 초기기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초기기업 투자는 투자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회수가 어려워 리스크 부담이 더욱 크다.
신 수석이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와 팀 분위기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확신했다. 물론 경영진의 마인드와 팀웍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벤처기업 임직원과 최대한 많이 만나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투자 철학에서도 그간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원석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공까지 전주기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투자를 지향한다. 신 수석은 “벤처기업과 제약회사를 거치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뷰도 많이 넓어졌다”며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이 이 과정을 잘 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을 때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 첫 투자이자 첫 회수 ‘휴런’
신 수석에게 의료AI 진단기업인 휴런은 의미가 있는 포트폴리오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옷을 갈아입은 이후 처음으로 딜을 발굴하고 투자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첫 딜 발굴에 고심하고 있을 당시 함께 교육받던 심사역 동기가 휴런의 IR자료 투자 검토를 요청하면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단순히 첫 딜이란 이유만으로 애착이 가는 건 아니었다. 투자 후 성장 과정을 함께 하며 기업 가치를 높였던 경험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비록 길지 않은 투자 경력이었지만 첫 투자처인 휴런을 통해 첫 회수를 이뤄냈다. 바이오 섹터에서 10배 이상의 엑시트를 이루면서 메가인베스트먼트에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선사했다. ‘이 맛에 벤처캐피탈리스트를 하는구나’ 짜릿함도 느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 남다른 시각 보유…엑시트 성과 기대
신 수석의 남다른 투자 안목을 한눈에 알아본 건 메가인베스트먼트의 조명우 대표였다. 그는 신 수석이 바이오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남달랐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기업을 바라볼 때 신약 개발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가 가능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더스트리 출신 같지 않았다”며 “금융 분야에서 서포트를 해주면 충분히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3년만 버텨라’. 신 수석이 벤처캐피탈 업계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 한 지인이 해준 말이다. 물론 꽃길만 걷는 건 기대하지 않았다. 신 수석은 힘이 들 때마다 이 말을 새기며 이겨냈고 어느덧 트랙레코드가 하나둘 쌓여갔다. 휴런을 비롯해 노벨티노빌리티, 오토텔릭바이오, 비엔텍, 티아이, 하플사이언스, 카인사이언스 등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어느덧 투자기업들이 성장해 IPO까지 앞뒀다. 신 수석은 “빠르게 3년이 지나가면서 처음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들이 엑시트를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며 “투자와 엑시트를 경험하며 벤처캐피탈로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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