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오명 씻는 사모펀드, 신뢰 회복 신호탄 코로나19 탓 위기 겪은 운용업계…라임·옵티머스 등 법적 일탈과 다른 결
양정우 기자공개 2021-08-25 07:46:0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3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매 중단 사태라는 늪에 빠진 사모 운용사가 하나 둘씩 오명을 씻을 채비를 하고 있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을 필두로 환매를 연기한 펀드가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각각 수장이던 이종필 부사장과 김재현 대표에게 중형이 구형돼 있다. 하지만 검찰에서 범법 행위로 지목한 환매 중단 사태와 달리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를 결정한 펀드도 적지 않다. 싸잡아 비난 받던 이들 펀드가 정상화에 다가서면서 사모펀드 시장의 신뢰 회복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플랫폼운용 '세컨더리·무역금융' 정상화 속도…알펜루트, 고위드 매각 성사
플랫폼운용은 지난달 말 '플랫폼 세컨더리 프라임인프라펀드(이하 세컨더리 인프라펀드)'의 1호, 5호, 7호, 9호 등을 청산했다. 세컨더리 시리즈가 올해 초 순차적으로 환매 연기에 들어서기 시작한 지 4~5개월여 만이다. 근래 들어 환매 연기를 선언한 대규모 펀드 가운데 청산 절차를 마무리한 첫 사례였다.
세컨더리 인프라펀드는 총 17개 펀드(초기 설정액 1300억원 안팎)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5개 펀드는 정상적으로 만기 청산 절차를 밟았고 나머지 12개 펀드가 환매 중단됐다. 이제 4개가 청산 절차를 밟은 가운데 나머지 시리즈도 속속 청산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엔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1Y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호~제10호(이하 무역금융펀드)'도 환매 중단의 해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역금융펀드는 홍콩 자산운용사 트랜스아시아의 'OPAL-TA펀드'에 투자했는데 이 펀드의 감사보고서를 놓고 글로벌 회계법인 베이커 틸리가 적정의견을 제시했다. 펀드 자산의 실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동시에 향후 현금 분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장사 투자로 유명세를 얻은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환매 중단 펀드의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상위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원의 주요 주주인 핀테크사 고위드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고위드는 환매 중단 펀드가 쥐고 있는 핵심 자산이어서 수익자에 현금 분배가 가능한 유동성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알펜루트운용은 운용 펀드 대다수의 환매 중단을 선언할 당시 운용자산(AUM)이 9300억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2800억원 정도를 이미 중도 상환했다. 이제 남은 6400억원 가량 중에서 고위드와 수원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한다. 고위드 딜 성사는 물론 수원여객 매각도 막바지 단계로 파악된다. 내년까지 모든 상환 작업을 마친다는 스케줄을 차질없이 소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패닉 후 글로벌 호황세…환매중단 매듭시 신뢰회복 탄력
플랫폼운용과 알펜루트운용의 환매 중단 조치는 코로나19 사태가 불씨로 여겨진다. 세컨더리 인프라펀드는 해외 투자자산을 담고 있는 터라 팬데믹 여건에 타격을 받았다. 기관 투자자의 해외 실사 자체가 불가능해 자산 매각의 스텝이 꼬였다. 구조적으로 수익 원천이 무역기업 대출금인 무역금융펀드 역시 글로벌 무역 시황의 무너지자 난관에 부딪혔다.
알펜루트운용의 펀드도 코로나19 이후 비상장사 매각이 어려운 여건이 지속됐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환매성이 더 떨어지기에 시장 패닉의 충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이들 펀드의 환매 연기는 운용사 수장과 운용역의 법적 일탈로 빚어진 환매 중단 사태와 엄연히 결이 다른 셈이다.
올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과 자산 가격 급등 추세가 이어지자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펀드는 자연스레 정상화 궤도에 진입해 나가고 있다. 세컨더리 인프라펀드가 청산 절차를 밟은 건 이들 4개 펀드가 보유한 유럽 핵심 자산을 기관 투자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감사인의 적정의견에 이어 상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5.3%를 기록한 글로벌 무역금융 성장률도 올해엔 8% 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알펜루트운용 펀드가 고위드 매각을 매듭지은 것도 글로벌 주요 자산의 급등세 덕이다. 고위드가 쥔 코인원 지분 20%가 한몫을 했다. 가격이 치솟은 가상화폐에 뭉칫돈이 쏟아지면서 코인원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1000억원 안팎을 거둘 전망이다. 고위드 지분의 매각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은 1000억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환매 중단에서 벗어난 펀드가 늘어날수록 라임운용과 옵티머스운용 사태가 극소수의 문제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며 "토종 사모펀드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은 올들어 6개월 연속 성장하면서 34조원 대에 재진입했다.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수탁은행 수임 거부와 환매 수요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연말엔 30조원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달 1조원 안팎의 자금몰이에 성공하면서 다시 35조원의 고지를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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