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가 달라졌다] M&A 넥스트 키워드는?③휴젤 이후 바이오기업 추가 인수 가능성...ESG 열풍에도 동참
조은아 기자공개 2021-09-07 10:37:50
[편집자주]
GS그룹이 오랜 침묵을 깼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휴젤’을 잇달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두 인수전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거래의 ‘규모’보다는 ‘방향’이다. 이번 승전보를 시작으로 GS그룹의 전반적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GS그룹에서 허태수 회장의 색깔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허 회장은 과거 GS홈쇼핑 시절 처음부터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단순 펀드투자, 전략적 펀드투자, 소수 지분투자를 거쳐 성장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인수하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런 전략이 GS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최근 GS그룹의 투자 방향을 큰 틀에서 살펴보면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환경, 바이오, 플랫폼, 모빌리티 등이다.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 가운데 GS그룹과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다시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바이오사업에 주목
GS그룹은 휴젤 인수를 발표하며 휴젤을 그룹 차원의 바이오사업 다각화 플랫폼으로 육성해 바이오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사모펀드가 보유한 휴젤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GS는 CBC그룹으로부터 휴젤을 먼저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GS그룹은 1년여 전부터 미래 성장동력을 찾으면서 바이오산업 진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GS는 올 초 친환경 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더 지에스 챌린지’를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 6곳과 함께 친환경 관련 신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더 지에스 챌린지는 ‘바이오 기술로 만드는 새로운 생활, 깨끗한 환경,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 소재 생산 및 활용 △폐기물, 오염물질 저감 및 재활용 △건강관리 제품 및 솔루션 관련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이 행사의 목표였다.
바이오산업은 이미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투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정상궤도에 접어들면 투자 대비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GS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바이오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휴젤 인수후보로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 신세계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에너지, 모바일, 플랫폼, 데이터 등 전방위에 걸친 투자
GS그룹이 바이오 외에 주목하는 사업은 어떤 사업일까. 허태수 회장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투자회사 GS퓨처스와 GS비욘드를 보면 어느 정도 투자 방향을 엿볼 수 있다.
GS퓨처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GS퓨처스는 올해 상반기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디지털화, 리테일 등 모두 4가지를 중점 목표로 수립했다. 최근 들어 재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GS그룹에서도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S퓨처스는 투자처와 금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까지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기업이나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비욘드는 현재 GS에너지와 함께 10만달러 규모의 ‘에너지 이노베이션 챌린지’(Energy Innovation Challenge)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에너지 전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 상위 3개 스타트업은 GS그룹과 공동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기존 GS그룹의 주력사업이 에너지인 만큼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플랫폼과 데이터, 모빌리티 쪽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모두 최근 들어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사업분야다.
㈜GS는 올해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업체인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GS는 올해 팬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인 ‘비마이프렌즈’에 1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소상공인에게 재무 및 회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도 43억원을 투자했다. 둘이 합쳐 53억원 정도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GS가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GS가 한 건 아니지만 올해 GS칼텍스가 모회사 GS에너지와 함께 카카오T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기업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0.73%를 취득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GS리테일도 펫프렌즈 지분을 추가 인수했다. 펫프렌즈는 국내 1위 반려동물 플랫폼이다.
◇달라진 내부 분위기와 양호한 재무상태, M&A에 힘 실어준다
㈜GS의 양호한 재무상태와 달라진 내부 분위기는 허창수 회장의 인수합병(M&A)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워낙 재무적으로 탄탄한 경영을 해왔던 덕분에 2분기 별도기준 ㈜GS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상태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부채비율도 18.4%밖에 되지 않는다.
휴젤 인수에 자금이 투입돼도 재무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분기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330억원으로 휴젤 투자를 위해 조달해야하는 1750억원보다 적지만 아직 인수자금 납입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고 배당금 등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GS그룹 오너일가 사이에서 인수합병을 둘러싼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GS그룹이 인수합병에서 보수적 행보를 보였던 이유 중 하나로 GS그룹의 특수한 지배구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너일가 수십 명이 지분을 나눠들고 있어 의사결정도 자연스럽게 더뎌지고 신사업에 진출할 때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GS그룹 실적을 좌우하는 GS칼텍스가 휘청이면서 신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내부 공감대가 이전보다 더욱 확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허태수 회장이 GS홈쇼핑 시절처럼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시장 상황의 변화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식의 투자를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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