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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라운지]단색화 '대세' 박서보 화백, 자산가들 대기행렬전속 갤러리 작품 매수 수요, 경매 시장으로 확산…수억원대 고정 가격대 형성

이돈섭 기자공개 2021-11-12 13:26:55

[편집자주]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와 문화 생활에도 트렌드가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투자 상품 뿐 아니라 문화 생활에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PB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금융회사들은 이들만을 위한 채널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사, 그리고 투자동향과 문화생활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0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단색화 열풍을 이끌고 있는 박서보 화백 작품을 찾는 자산가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차 시장인 갤러리 매수 수요가 경매 시장으로 확산하고, 그 여파가 다시 갤러리로 전해지면서 작품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공동소유 플랫폼 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개최된 대구 아트페어에서 판매된 박 화백의 'Ecriture No. 980312-3 (1998)'의 가격대가 3만달러에서 3만5000달러 사이라고 10일 밝혔다. 우리나라 돈 3500만원 안팎 수준이다. 가로 35.6cm 세로 50.2cm 크기의 에스키스 드로잉 작품이다.

에스키스 드로잉은 일종의 캔버스 작업을 위한 스케치다. 다른 작가들의 경우 스케치 작품이 작품군으로 형성돼 판매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박 화백 작품이 수천만원 수준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작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상당한 수준임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경매시장에서도 박 화백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달 26일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박 화백의 '묘법 No.200~86'은 12억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묘법 No.88927'과 '묘법 No.131007'이 각각 6억8000만원과 4억9000만원에 팔리면서 묘법 시리즈가 미술품 시장 대세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서울 키아프에 출품된 박 화백의 'Ecriture No. 061217'(2006) 역시 6억원 안팎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차 시장인 전속 갤러리에서 박 화백 작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경매로 컬렉터들이 모이면서 작품 가치가 급격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모양새다.

'묘법 No.3-78', 1978, 삼베에 유화, 연필, 130x162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 시장 관계자는 "박 화백 작품들이 시장의 주목을 끌자 박 화백 작품을 콕 짚어 매수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작품 자체가 가진 고유 의미도 물론 있지만, 화사한 색감의 작품들이 원초적인 시각을 끌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작품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2030세대가 주로 투자하는 분할투자 작품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신라호텔은 최근 아트테크와 접목한 패키지 상품을 통해 '묘법 No.071218'과 '묘법 Np.111020'에 대한 공동소유권 판매에 나섰다. 공동소유권 매매는 작품을 실제 보유할 수 없어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자산관리업계 관계자는 "공동소유권 판매는 일종의 지분을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매매자 입장에선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박 화백 작품 매매가 활발하다 보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 대표작인 '묘법 시리즈'는 캔버스에 백색 물감을 칠한 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로 짧은 선을 계속 그어 골을 만든 뒤, 백색 안료로 패턴을 지워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반복, 화면 물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한국의 고유한 정서가 서구식 독자적 화풍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보통 흑백 톤의 작품이 많았는데 2010년대를 기점으로 다채로운 색들을 입은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2년 박 화백 작품을 소개하면서 '단색화'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이것이 국내외로 알려지면서 현재는 박 화백 작품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쓰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박 화백의 활발한 대외활동이 작품 마케팅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1931년생인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으로 재직했고 국내외 개인 및 단체전에서 작품을 꾸준하게 출품해왔다. 이 과정에서 평단의 호평을 얻어 대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것.

아시아 미술품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미술품 컬렉터들이 국내 시장으로 몰린 영향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2030세대가 관련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현대미술이 트랜드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시장은 과거 마니아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자산가들이 많아지면서 생존작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1차 시장인 갤러리 실적이 예년 수준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것이 시장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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