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인수합병)는 흔히 소개팅에 비유된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거래 의향을 확인하고 여러 조건을 따져가며 본계약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낯선 두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보다 주변에서 더 호들갑을 떨어댄다는 점도 일견 흡사하다. 결말이 꼭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진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최근 코스닥 상장사 '디지캡'의 소개팅 역시 실패로 끝났다. 줄기세포 연구기업 '메디칸'에 경영권을 이양하려던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지난달 체결한 340억원 주식양수도 계약부터 15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 140억원 전환사채(CB), 11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계획 모두 취소됐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도 아니었다. 디지캡은 기존 사업 부진으로 올해 들어 적자 전환한 상황이었다. 메디칸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대로 메디칸은 디지캡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이용해 줄기세포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계약이 별안간 어그러진 이유는 거래구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계획대로 끝나면 메디칸 대신 재무적투자자(FI)인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는 구조였다.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BW 투자자로서 무려 20%의 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반면 메디칸의 예상 지분은 8%대에 불과했다.
디지캡은 당초 합의한 거래구조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디지캡 관계자는 "원래는 메디칸이 대주주로 들어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FI로 바뀌었다"고 했다. 반면 메디칸은 당시 자금이 마련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FI를 내세웠다는 입장이다. 메디칸 관계자는 "조만간 메디칸을 최대주주로 하는 정정공시를 할 예정이었는데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M&A가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자 대뜸 날벼락을 맞은 것은 일반 주주들이다. 디지캡은 계약 철회 소식이 전해진 25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1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한순간에 6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디지캡 입장에서는 투자자 손실과 더불어 기업가치 훼손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치렀다.
M&A는 기업의 역사에서 가장 중차대한 순간 중 하나다. 기업의 체질과 노선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쇠퇴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소개팅은 실패해도 당사자 만의 아픔으로 남지만 M&A는 아니다. 디지캡의 M&A 무산이 씁쓸한 끝맛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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