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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출신 변호사, 가상자산거래소 만들다 [재도약 나선 코인거래소]①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14년간 IT·M&A 변호사…2년간 사전준비

노윤주 기자공개 2021-12-31 07:32:06

[편집자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에 위기가 찾아왔다. 은행과의 계좌연동 계약에 실패하면서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전용 거래소'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더벨에서는 재도약을 꿈꾸는 중소 코인 거래소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비트(오션스)는 시스템 구축에만 1년 반을 쏟아 부은 가상자산거래소다. 2017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지만 사전 정비기간이 길어진 탓에 2019년에야 운영을 시작했다. 다만 준비가 철저했던 만큼 후발주자로 시작했어도 2년 만에 월간 웹 방문자수 3000만명을 기록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프로비트 성장배경에는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 출신의 도현수 대표(사진)가 있다. 공학도 출신 변호사로 IT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자문하다가 가상자산에 매력을 느껴 아예 거래소를 창업한 인사다.

◇다양한 이력 가진 김앤장 변호사, 가상자산에 매력 느껴

도현수 대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다양하다. 변호사, 김앤장, 서울대, 공학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가상자산거래소 대표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 있는 단어들이다.

도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 후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전문가 석사과정(MBA)을 수료했다. 그는 한번 더 전공을 비틀어 한국행을 선택, 사법고시를 치르고 돌연 변호사가 됐다. 이후 2004년부터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김앤장에서 14년간 근무했다.

변호사 시절 그는 IT기업의 프로젝트 자문, 설계, M&A 등의 자문을 맡았다. 매일 남의 사업을 들여다보니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김앤장에서 진행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고 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 대표가 갖고 있는 법률, 자본시장 배경지식이 가상자산 산업과 융화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서울대 동문과 프로비트 창업, 준비 기간만 2년

프로비트 창업은 공동창업자를 만나며 시작됐다. 먼저 프로비트를 준비 중이던 서울대 동문인 우상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도 대표에게 공동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수락했다.

도 대표가 프로비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보안이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소 오픈 전 사전준비만 2년이 걸렸다. 도 대표는 "2017년 여름부터 준비해 2019년 초에 프로비트 문을 열었다"며 "혹자는 거래소 하나 여는데 무슨 준비를 그렇게 오래하냐고 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명품거래소를 만들자는 게 도 대표의 각오였다. 비슷한 시기 문을 열었던 거래소들에 여러 보안 취약점이 노출되면서 가상자산업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따가웠던 게 사실이다. 보안에 취약해 해킹을 당하거나 대용량 거래를 처리하지 못해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도 대표는 기본기에 충실한 거래소를 만들자는 각오 하에 프로비트를 준비했다. 그는 "지금까지 프로비트에서는 단 한차례의 보안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가상자산을 상장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에 녹아들었던 프로비트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위기를 맞았다.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하지 못해 원화거래를 폐지한 이후 거래량이 95% 이상 줄어들었다.

도 대표는 원화 없이 코인 간 거래 만으로는 거래소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당국과 은행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신규 계약에 빗장을 걸어 잠근 은행을 설득하는 건 도 대표에게 남겨진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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