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음극재 밸류업' 대주전자, '상전벽해' 메자닌 발행기'7년 만기·이자율 0%' 리픽싱 특약 없어, IMM PE서 800억 투자 유치
박상희 기자공개 2021-12-30 07:40:13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년 만기, 이자율 0%, 리픽싱(전환가 조정) 조항 없음’ 코스닥 상장사인 대주전자재료가 최근에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마련한 800억원의 조달 조건이다. 발행사에 전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대주전자재료는 사실상 사채 상환 부담 없이 무이자로 자금을 융통한 셈이 됐다.특히 코스닥 상장사가 CB로 자금을 조달할 때 필수 옵션으로 여겨지는 리픽싱(전환가 조정) 특약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급' 투자자인 사모펀드가 대주전자재료의 주가 고공행진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대주전자재료가 2016년 이후 5년 만에 발행한 CB 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50억 CB 발행보다 구조 등 조건 유리
대주전자재료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 사모펀드(PEF)로부터 약 800억원의 CB 투자를 최근 유치했다. 해당 CB의 이자율은 0%로, 전환가액은 10만3356원이다. 사채 만기는 7년 후인 2028년 11월 15일이다.
대주전자재료가 이번에 발행한 CB는 5회차다. 이전 4회차 CB는 2016년 50억원 규모로, 한국산업은행과 신한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1%, 3%로 책정됐다. 사채 만기일은 발행 3년 후인 2019년 3월31일까지로, 전환가액은 5190원다.
2016년과 올해 발행한 CB를 비교하면 발행사인 대주전자재료의 위상이 ‘상전벽해’ 급으로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발행 규모가 5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16배 커졌다. 전환가액은 20배가량 상승했다. 대주전자재료의 주가가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만기는 3년에서 7년으로 2배 이상 길어졌는데, 표면이자율 및 만기 이자율은 0%다. 발행사 입장에선 사채 상환 시 금융 비용 부담이 사라졌다. 제로금리로 자금을 융통한 셈이다. 투자자도 업계에서 큰손으로 손꼽히는 IMM PE다. 대주전자재료가 콧대 높은 사모펀드가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으로 레벨업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발행한 CB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건이 없다. 통상적으로 최근 발행되는 CB는 금리가 0~3% 사이인데 여기에 리픽싱 조항마저 빠지면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져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들다. 대주전자재료는 금리가 0%인데도 불구하고 리픽싱 특약 조건을 없앴다.
CB는 신용등급이 낮지만 부채비율이 높고 성장성이 좋은 신생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조달 통로로 주로 CB를 활용하는 이유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주전자재료는 다른 코스닥 상장사 대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이라도 우량하다면 0% 금리로 CB를 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다만 대주전자재료의 경우처럼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리픽싱 조건이 없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잇단 러브콜, CB 증액 제안한 IMM PE 낙점
코스닥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조건에서 주도권을 쥐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주전자재료가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 국면에서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대주전자재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 하는데 성공한 기업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주로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된다. 2019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을 통해 포르쉐 ‘타이칸’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주전자재료는 지난해부터 여러 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IMM PE로부터 투자 의향을 접한 것은 올해 4월께다. 대주전자재료는 여러 투자자의 투자 조건을 비교한 후 발행사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IMM PE를 낙점했다.
IMM PE는 투자 금액도 대폭 키우겠다고 제안했다. 대주전자재료 관계자는 "당초 생각했던 CB 발행 규모는 400억원 수준이었다"면서 "IMM PE 측에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금액을 2배로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IMM PE가 이처럼 발행사에 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은 대주전자재료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채 이율이 ‘0%’라는 점을 감안하면 IMM PE는 추후 100%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 전환가 대비 주가가 상승해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CB는 내년 11월16일부터 보통주로 전환 가능하다. IMM PE는 대주전자재료 주가 추이를 감안해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일 때 보통주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0%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신규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7만4023주다. 전환 이후 IMM PE는 대주전자재료 지분 4.76%를 보유하게 된다.
전환권이 모두 행사되면 대주전자재료는 800억원 가량의 부채가 감소하는 동시에 자본금이 증가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주전자재료 관계자는 "투자자 측에서 전환권을 행사하더라도 당장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사채 만기를 2028년으로 길게 설정한 것도 이같은 장기 투자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주전자재료가 CB로 조달한 자금은 음극재 투자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약 1000톤(t) 규모인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내년에는 3000톤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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