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전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잊을 만하면 거론되던 이슈였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 회장이 구주 매출로 현금을 마련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린다는 시나리오였다.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작업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늘 상장과 관련해 추진 중인 내용이 없다고 밝혀왔다.외부로 드러나지 않던 상장 전략은 지난해 4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자본시장에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초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엔지니어링은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다른 대형 건설사의 상장 행보와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해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기업으로서 실적이 본격화될 2023년까지 상장을 기다리는 중이다. 과거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했던 롯데건설과 호반건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알린 뒤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이다. 2019년 말 현대자동차에서 그룹 재무 업무를 담당하던 도신규 전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이동시키며 미리 상장 준비를 맡기기도 했다.
거침 없는 기업공개(IPO) 배경에는 상장을 위해 고르게 구축해 둔 사업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2014년 현대차그룹 소속이던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한 후 플랜트 중심에서 주택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4년 15%였던 주택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46%로 크게 높아졌다. 주택 사업 확대 덕에 국내 부동산 분양 시장 호황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플랜트와 토목 매출 비중도 42%를 유지하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업 구조를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흥행 여부와 별개로 상장 목적을 놓고 비판적인 의견을 던지기도 한다. 정 회장의 현금 확보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시장 친화적인 공모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구주 매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이번 공모에서 정 회장은 최대 40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선결조건이다. 공모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 비중이 작긴 하지만 준비된 사업 포트폴리오 덕에 이미 현금은 넉넉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주 모집으로 유입될 최대 3000억원의 자금에 보유한 순현금 1조8000억원을 더해 최근 건설업계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주목 받는 폐기물 소각·매립장 인수·합병(M&A)을 비롯 신사업 투자에 쓰기로 했다. 이번 IPO가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시대는 물론 현대엔지니어링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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