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자문사 분석]시장 선점한 글로벌 하우스, 국내 최상위권 포진②CBRE·세빌스·JLL·쿠시먼 2000년 전후 진출, 중소형빌딩 중개법인도 외국브랜드 도입
김경태 기자공개 2022-04-26 08:09:27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태동과 성장은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IMF 이후 외국계 기업과 투자사의 국내 진출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처음에는 합작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직접 법인을 세웠고 곧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외국계 틈바구니 속에서 토종 자문사들도 고군분투하며 상위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역사와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자문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외자 유치 과정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시장 개척자로 불리는 비에이치피(BHP)코리아를 필두로 외국계 부동산 서비스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현재 대형 부동산 매각자문 업계 상위권을 형성하는 곳은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의 한국법인이거나 브랜드를 들여온 업체들이다. 대형 부동산 매각을 맡는 곳뿐 아니라 중소형 빌딩에 강점을 지닌 중개업체들도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CBRE·세빌스·JLL·쿠시먼 상위권 형성, 에비슨영 최근 자문 수임 '두각'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는 BHP코리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상륙하는 외국계 투자사와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두각을 드러낸다. 이는 다른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들이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깨닫고 서둘러 진출하게 만든 계기가 된다.
특히 영미권에서 태동한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들의 시장 진입이 두드러졌다. 굴지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미국계 CBRE는 1999년말 한국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당시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주택·부동산개발 석사를 취득한 최태성 대표가 초대 수장을 맡아 사업을 펼쳤다.
또 다른 미국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Wakefield)도 한국에 진출했다. 1999년 휴렛팩커드 빌딩 매각 과정에 참여하면서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알게 된 뒤 2000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계 존스랑라살(JLL·Jones Lang Lasslle)은 2000년 4월 지사 형태로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부동산팀장 출신인 김영곤 지사장을 통해 사업을 추진했다.
영국 최대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세빌스(Savills)는 인수합병(M&A) 형식으로 진입했다. 2005년 BHP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2008년에는 잔여 지분을 취득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세빌스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외국 투자사와 기업이 대형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들의 입지가 공고해졌다. 여기에 국내 운용사와 기관투자가가 해외에 투자하거나 국내에서도 외국계와 함께하는 사례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브랜드를 들여오는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토종 자문사인 메이트플러스는 2015년부터 2년간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컬리어스와 협력해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를 세웠다.
2017년 제휴 계약이 종료되자 메이트플러스어드바이저리로 재출범했다.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그후 메이트플러스어드바이저리는 2018년 10월 캐나다계 부동산 서비스기업 에비슨영(Avison Young)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을 비롯한 대형 상업용 부동산 외에 강남권역(GBD) 등 주요 권역의 중소형 빌딩에 강한 중개법인들도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흐름이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이알에이(ERA)코리아다.
ERA는 미국계 부동산 서비스 기업으로 중소형빌딩 거래 등에 특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사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께부터 한남동, 이태원, 방배동, 이촌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엔에이아이(NAI)프라퍼트리도 해외 브랜드를 도입한 업체다. ERA코리아에 재직하던 고신 대표가 NAI 브랜드를 들여와 창업한 곳이다. 최근에는 상위권 부동산 자문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대형 빌딩 매각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랜드마크딜 IFC 매각 자문 이스트딜시큐어드, 국내 시장 '원히트원더' 평가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 선호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FC 건물을 보유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이스트딜시큐어드(Eastdil Secured)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이 곳은 AIG가 브룩필드자산운용에 IFC를 팔던 때 매각주관사를 맡은 이력이 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에서 과거 성공 사례와 해외 투자사 모집을 통한 흥행 구도 조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이스트딜시큐어드는 국내에 별도의 법인이나 지사를 갖고 있지 않다. 실제 이스트딜시큐어드에서 IFC 매각을 담당하는 권성욱 매니징디렉터는 홍콩사무소 소속이다. 국내에서의 트랙레코드가 IFC 거래만 있기 때문에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평가한다.
이스트딜시큐어드가 국내에서 존재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IFC 거래 성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해 흥행 열기를 더할 것이란 초반 기대와는 달리 이지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원매자가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어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효과가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IFC 거래종결(딜클로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수자가 수익성을 확보하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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