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 2.0]삼성 지배구조 숙제, 좁은 운신 폭...묘수 찾기⑤비영리법인·중간금융지주 등 모두 법에 막혀, 컨트롤타워 부활도 여론 눈치
원충희 기자공개 2022-08-22 12:33:56
[편집자주]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정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이슈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사면복권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복권이 이뤄지면서 그간 멈춰있었던 지배구조 개편에도 눈길이 쏠린다. 세간에선 스웨덴 발렌베리식 모델, 중간금융지주, 컨트롤타워 재구축 등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여의치 않은 과제들이다.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등에서 지분구조 변경도 큰 틀에서 모색 중이지만 재단활용이나 중간지주 등은 법적으로 막혀있다. 소유구조 개편은 중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결국 의사결정 구조 개편 중심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총수 리더십을 세우되 이사회 중심 경영 틀을 뿌리내리는 게 현시점에선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발렌베리식 지배구조 불가능, 중간금융지주도 사실상 무산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이후 첫 준법위가 지난 16일 열렸다. 이 부회장이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 "위원회도 지금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공개할 정도는 아니고 좀 더 진행되면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복권되자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선택폭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법제도적인 개편도 필요한 일이다.
첫 번째는 오너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소유구조 문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두고 금산분리 이슈가 계속 제기됐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전환하는 방안이 수년 전에 얘기됐지만 중간금융지주 도입이 무산되면서 뒤로 밀렸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식의 소유·경영 구조를 벤치마킹해 왔던 것도 거의 접은 상태다. 비영리법인(재단)을 중심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내에선 재단에 의한 기업지배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16조)상 공익재단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또는 출자총액에 5% 미만으로 보유할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최대 60%까지 증여세가 부과된다.
또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 재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상속 및 지배력 확보 등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재단을 우회상속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고 이건회 회장 타계 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이 문제도 일단락됐다.
◇사업지원TF 한계, 정규조직화도 조심스러워
삼성의 지배구조 두 번째 이슈는 의사결정 구조다. 거의 5년 이상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오너 부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각자도생의 자율경영체제가 시작됐다. 더구나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차후의 경영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생겼다.
삼성 안팎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기존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등을 정규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과 전자·금융·그외 계열사들의 소그룹 형태 협의체 신설이다. 사업지원TF는 지원조직이나 과거 미전실처럼 실행력 있는 조직이 아닌 탓에 한계가 있다. 다만 옛 미전실 부활이란 세간의 비판에 부딪힐 수 있어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협의체 역시 그룹 차원의 준법위와 각사 이사회 간의 관계도 정립되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 '옥상옥'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현재 가장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은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진을 감독하는 식으로 소유와 경영이 유기적으로 맞물려가는 형태다. 다수의 재벌그룹이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너의 리더십과 전문경영인을 절충한 형태다.
핵심은 이사회가 지배주주에 종속돼 실질적 경영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독립적인 기능이 전무한 현 상황을 탈피하는 것이다. 국내 사외이사 제도는 지금까지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패한 제도라 비판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현재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은 오너가 이사회에 들어와 감독하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는 준법위가, 개별사 컴플라이언스는 사외이사가 담당하는 삼각구도"라며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회사가 준비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연임을 앞둔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이 부분부터 손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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