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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금투협 회장 선거]현직 나재철 "약한 존재감" vs "퇴직연금 등 제도개선"③대신증권 '장수CEO' 출신, 대체거래소 기틀…라임사태 발목, 업계 대변 '약하다' 지적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2-10-26 13:49:52

[편집자주]

제6 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협회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공모 일정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경쟁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금투협 회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깨가 무겁지만 그만큼 명예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자리다. 금리 인상, 증시 위축 등으로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지금, 위기를 돌파할 리더는 누구일까. 더벨이 협회장 후보 출사표를 던진 인물의 면면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 협회장(사진)의 거취가 안갯속이다. 임기가 두 달 남은 지금까지 연임도, 포기 의사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나 회장의 연임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어떤 의사를 보이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나 회장은 퇴직연금 제도를 개편하고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새 시장을 열어주는 데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대체거래소(ATS) 설립의 기틀을 마련한 점도 공으로 꼽힌다.

반면 라임 사태 등으로 임기 중에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점이 걸림돌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사장 때의 일로 징계를 받았기에 협회장 임기는 완주했지만 연임까지 나서는 데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지금까지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젊은피+현직 CEO'로 자본시장 사로잡아

76.3%. 나 회장이 2019년 20일 제 5대 협회장 1차 투표에서 올린 득표율이다. 그야말로 압도적 승리였다. 중대형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까지 나 회장을 밀어주지 않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수치였다.

그만큼 자본시장의 기대는 컸다. 나 회장은 증권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대신증권의 평사원으로 출발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대신증권을 이끌어왔다.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CEO'인 셈이다.

장수CEO로서 증권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데다 1960년생으로 젊은 편이라는 점이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신임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나 후보는 선거 초기부터 유력 후보였다"며 "유일하게 현직 증권사 대표로서 출마한 데다 최연소 후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나 회장이 대신증권에 몸담으며 계열사인 대신자산운용과 시너지를 추진한 덕분이다. 금투협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균형감 있게 협회를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했다.

나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등 국민자산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환경 구축 △모험투자 및 혁신기업을 적극 발굴하는 금융생태계 조성을 통한 자본시장 미래역량 확보 △사모펀드, 부동산신탁, PF 등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일변 정책의 노선변경을 위한 회원사 건의 채널 확대 △시장 중심의 선제적 자율규제로 불완전 판매 근절 △금융당국 및 국민의 금융이해도 제고 방안 동시 추진 등의 과제를를 추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성과', 대체거래소 설립 '기틀'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의 마음을 품고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의 자세로 뛰겠다". 나 회장의 포부는 컸다. 새로운 마음으로, 기업경제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취임식에서 보였던 그다.

그렇게 달성한 대표적 성과가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 도입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특정 금융사가 아닌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 위탁기관에 자금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선택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투자방식도 다양해진다. 특히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대 1000조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이 제도는 올 7월 12일 시행됐다.

나 회장은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당혹감을 느끼며 문제를 방치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이 제도가 우리 연금시장에 실패, 결핍, 의무 불이행이 아니라 최소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본값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고 쓰기도 했다.

또 대체거래소(ATS) 설립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도 공로로 꼽힌다. 나 회장은 올 7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대체거래소 예비인가 및 법인 설립 작업을 끝내겠다"며 "2024년 초 업무개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대체거래소가 문을 열면 1956년부터 이어진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린다. 두 거래소가 경쟁하면서 증권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수수료 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증권거래세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의 손익통산·손실이월 허용 등 자본시장 세제개편 △차이니즈월·업무위탁 규제 개선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해외현지법인 신용공여 규제 개선 △ISA 제도 개선에 따른 중개형 ISA 출시 및 비과세 혜택 △전국민 대상 금융투자 교육플랫폼인 ‘알투플러스’ 서비스 개시 △ 소수단위 주식거래도 해외 주식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 등을 성과로 꼽힌다.

금투협 내부적으로 조직을 혁신하는 데에도 힘썼다. 회원사 대표이사 및 법률·노무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혁신TF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혁신방안을 마런해 실행했다. 금투협의 한 내부 관계자는 "조직 내부에서 나 회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다"며 "나 협회장 이후 조직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 발목 잡혔나…"존재감 약하다" 지적도

그러나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정부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금투협이 자산운용사들의 제대로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나 회장은 2020년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나 회장에게 대신증권 사장 시절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 대표이사로서 직무정지를 뜻하는 것이며 사적 기구인 금투협회장 업무를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임기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협회장 취임 11개월 만에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탓에 나 회장 체제에 힘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 회장이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권익을 적극 대변하기가 어려운 입장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낙하산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자율규제본부장에 이봉헌 전 금감원 국장이 선임되자 나 회장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율규제본부는 금투협 회원사 간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자율적으로 규제를 만들어 감시·감독하는 조직인데 여기에 금감원 인사를 본부장에 선임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퇴직 임원들이 금투협에 재취업했다"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결국 금융당국의 대행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나 협회장이 대관 네트워크가 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계나 자산운용업계에 도움이 될 만큼 눈에 띄는 제도 개선 내역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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