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공공의 적' 된 롯데시네마, 줄소송 예고 차임감액청구권 행사에 하이·JB 등 법정싸움으로 맞대응
이돈섭 기자공개 2022-10-27 09:54:2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6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계가 롯데시네마와 대대적인 소송전에 휘말렸다. 전국 각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임대인 측에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며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롯데시네마에 투자한 하이자산운용, JB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이른바 '영화관 펀드'들이 대응 논리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운용은 대구 지역 롯데시네마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하이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5호'를 통해 롯데컬처웍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영화관 운영 주체인 롯데컬처웍스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한 것이 소송의 발단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 변동으로 차임 또는 보증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임차인 혹은 임대인은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영업시간 제한과 좌석 띄어앉기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 여파로 최근 3년 실적이 급감, 2020년 4월경 임대인인 하이운용 측에 임대료 감액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2018년 롯데쇼핑에서 물적분할한 롯데컬처웍스는 전국 각지 110여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이듬해 연결기준 639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2354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지난해는 2126억원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누적 결손금만 5227억원이다. 최근 감사보고서에선 '코로나19가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범위와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롯데컬처웍스는 CJ CGV 측이 제기한 비슷한 내용의 소에서 법원이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피해를 본 경우 임대료 일부를 감액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실을 들어 이번 임대료 감액 요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운용은 롯데컬처웍스가 2년여 전 임대료 감액을 요구했을 당시 해당 감액청구권이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사실상 영세 소상공인을 코로나19 영향에서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행된 점을 지적하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에 포함되는 롯데컬처웍스가 해당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이운용 관계자는 "펀드 수익자는 모두 리테일 고객인데, 결국 대기업 손실을 개인 투자자에게 메우라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이른바 영화관 펀드는 운용업계 전반에 걸쳐있다. 대부분 투자금에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각 펀드 대출 사정에 따라 롯데컬처웍스와 합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은 롯데시네마 광명점과 오투점을 담은 펀드를 통해 롯데컬처웍스와 소송전에 돌입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합의를 이뤄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펀드는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매입했기 때문에 대주 사정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봐야 하는 곳이 있는 반면, 기간 여유가 있는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는 곳이 있다"며 "금리인상으로 리파이낸싱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임대료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리파이낸싱을 추진할 수 있는 운용사와 대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롯데컬처웍스가 이같은 운용사 사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JB운용은 2019년 경북 경산 소재 롯데시네마를 매입하는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는데, 해당 지점은 최근까지 감액청구권을 요구하다가 현재는 아예 철수해버렸다. 영화관은 보통 10년 이상 초장기 임대계약을 맺기 때문에, 도중에 계약을 파기할 경우 잔여기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JB운용은 해당 공간에 다른 임차인을 받으면 암묵적으로 롯데컬처웍스 요청을 들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부당 행위에 따른 손해를 보전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패소할 경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국 각지 롯데시네마 철수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금투업계에서는 롯데시네마가 현행법을 이용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시네마 관련 소송이 운용업계 전방위로 번져가면서 그 피해는 펀드 수익자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강원도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로 인해 시장 경색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수익률이 떨어지고 만기가 연장되는 사태가 이어지자 자산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관 펀드의 경우 임차인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를 집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롯데시네마 소송 결과에 따라 영화관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할 경우 비슷한 투자 구조의 펀드가 출시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JB운용이 소송에서 질 경우 대기업 임차 물건에 대해서는 부실 우려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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