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대수술 앞둔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의 선택은 상반기부터 추진, 연말 앞두고 원안대로 강행 여부 관심
이돈섭 기자공개 2022-12-21 08:43:5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트릭스 조직의 대수술을 준비중인 신한금융지주가 부문제 폐지를 그대로 밀어붙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한지주의 새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되면서 그간 추진해왔던 개편 작업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지주 회장 정식 취임과 동시에 개편된 조직을 출범시킬 것인지, 아니면 회장 임기를 어느 정도 소화한 후 조직이 안정화 됐을 때 추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물론 부문제 폐지 검토를 뒤엎고 현 매트릭스 조직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메트릭스 조직 개편을 올해 7월경부터 논의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용병 회장 재임 중 부문제 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조 회장의 제가(制可) 아래 작업이 추진됐다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주 회장이 교체되면서 개편 일정의 조정이 불가피 했다는 점이다. 당초 신한금융지주는 목표 시점을 올해 연말쯤으로 잡았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관련 작업의 최종 승인은 진옥동 신임 회장이 맡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지주의 현 부문 체제를 구축한 인물은 조용병 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 취임 이후 "신한금융그룹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로 기존 메트릭스 조직이었던 CIB부문을 확대 개편, 모든 사업 분야로 확대했다.
은행과 증권 주축이던 글로벌투자금융(GIB) 사업그룹에 보험과 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들도 참여케 했고 각 계열사 퇴직연금 사업도 부문제로 묶어내면서 현 지주 조직 체제를 구축했다. 신한 매트릭스 조직은 GIB와 고유자산운용(GMS), 퇴직연금, 자산관리(WM), 글로벌사업 등으로 각 그룹장은 자회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각각의 부문 조직은 신한지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도했고 비이자 수익 확대를 견인하며 그룹의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신한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4조3154억원. 리딩뱅크 지위를 놓고 라이벌 구도 관계에 있는 KB금융지주 성과를 웃돌았을 뿐 아니라, 지주 사상 첫 연 순익 5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신한지주의 메트릭스 조직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임펀드 환매중지 사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WM사업그룹 복합점포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고, 감독당국이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뿐 아니라 조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징계를 부과했다. 더불어 지주 체제 하 매트릭스 조직의 내부통제 미흡을 꼬집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그간 조 회장 체제 하에서 수년간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해보니 일만 많아지고 시너지 효과는 없다는 식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간 총괄 부회장직 신설안 등이 조 회장 체제에서 검토됐는데 지주 회장이 바뀌는 바람에 여러 대안들이 공중에 떠버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각 그룹 계열사 내부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에 신한은행이 가진 그룹 내 헤게모니가 그대로 녹아들어 갔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년간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해본 결과 지주 내 신한은행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을 우려, 계열사별 사업 조직을 별도로 꾸려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WM와 퇴직연금 사업부문의 경우 은행이 고객 상당비중을 증권과 보험 등에 뺏기고 있어 매트릭스 조직 성과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GIB그룹의 경우 증권 협업을 통해 은행이 이득을 보는 면이 상당해 부문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란 해석도 업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부문제 폐지 여부가 진 내정자의 경영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져온 조직을 개편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면서도 "금융그룹 트랜드로 자리잡은 매트릭스 조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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