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을 움직이는 사람들]MZ와 정통파 오가는 장선익 전무③'17년차' 경영수업, 미래전략·철강 사업 투트랙…영향력 확대는 과제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3-01-27 07:23:50
[편집자주]
동국제강은 올해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8년 만에 돌아오는 장세주 회장과 연말 인사로 요직에 오른 4세 장선익 전무 등이 오너가의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격변기를 맞은 동국제강의 주요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역할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의 타이틀은 구매담당이다. 다른 오너 기업들의 3·4세들이 전략과 미래, 새 먹거리 등 신사업 수장으로 부임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구매담당의 손에는 철강 사업의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원가가 달려있다. 달리 말하면 동국제강의 '정통' 사업 내에서 핵심적인 자리라는 의미다.그렇다고 미래 비전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동국제강의 장기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장 전무가 비전팀장으로 부임했던 당시 나왔다. 현장 경험과 철강 기업으로서의 자부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수업이 젊은 오너에게 17년간 녹아든 결과로 보인다.
◇'말단부터, 오랜 기간' 아버지와 똑닮은 경영수업, 스승은 작은아버지
장 전무는 지난해 말 2년 간의 현장 경험을 마치고 본사 구매담당으로 복귀했다. 직전까지 인천공장의 생산 담당으로 일했다. 재계에서 '바닥부터 시작했다'는 수식어는 창업주나 2세대까지 통용되던 말로 최근 3·4세들은 요직부터 시작해 초고속 승진, 후계구도를 완성하는 일이 흔하다. 장 전무도 80년대생으로 전무 타이틀을 달기에는 젊은 나이다.
장 전무는 아버지인 장 회장과 작은아버지 장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직원부터 임원까지의 길을 차근히 밟았다. 1982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츠바시대 경영학 석사를 땄다. 2007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말단사원으로 동국제강 전략경영실 신입사원이 됐다. 2010년 미국법인, 2013년 일본법인, 2015년 법무팀, 2016년 전략팀을 거쳤다. 그 사이 직급도 사원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올랐다.
임원이 된 건 입사 후 약 10년 만인 2016년이다. 동국제강은 장 전무의 이사 승진과 함께 비전팀을 신설했다. 2018년 7월부터 전략실 경영전략팀장으로 임했고 2020년 13년간의 본사 생활을 잠시 접고 인천공장 현장직 경험을 쌓았다. 2년 만에 돌아와 구매실장 전무가 됐다.
동국제강에 몸담은지 햇수로 17년이다. 동국제강 오너가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본다면 아버지의 이력에 근접해 가고 있다. 장 회장이 2세 장상태 명예회장 밑에서 와신상담한 시간이 23년이다.
다만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승계 시계추도 빠르게 똑딱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무 승진은 상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할 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사까지 올라오는 데는 약 10년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맡은 임무들이다. 동국제강의 미래 비전과 전통 파트 부문 양쪽에서 모두 교육을 받았다. 초중반기까지 전략경영, 비전팀 등에서 몸담았다면 후반기에는 임원을 달고 현장에 나갔고, 돌아와서도 구매담당 역할을 배정 받았다.
장 부회장과는 숙질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 사이다. 장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장 전무가 임원에 올랐고, 경영관리와 전략을 두루 거쳤던 장 부회장 주도로 경영수업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과거 장 전무의 잘못을 두고 질문을 받자 단번에 "따끔하게 혼냈다"고 답할 정도다.
형제와 사촌들과의 관계도 주목할 만 하다. 동생 장승익 씨, 장세욱 부회장의 자녀로 장 전무와는 사촌지간인 장훈익 씨와 장효진 씨도 동국제강의 4세다.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형제경영을 우선해 왔던 동국제강인 만큼 장승익씨나 장훈익, 장효진씨의 경영참여 가능성도 아주 배제하기는 어렵다.
◇'경영자 인큐베이터' 비전팀, 중장기 경영계획 구축 '족적'
장 전무는 직급도, 오너가로서 동국제강에서의 위치도 상당하지만 임원으로 근무한 시간이 길지는 않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족적보다는 앞으로를 점쳐보는 편이 더 할 말이 많은 인물이다. 2016년 이사로 승진해 임원에 합류한 뒤부터의 행보가 조금씩 눈에 띈다.
사실상 비전팀은 장 전무의 경영수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평가였다. 이사로 승진발령나며 신설된 부서인데, 전략실 산하로 장 부회장과 최접점에 놓인 부문이었다. 동국제강은 당시 "신설된 비전 팀은 장 이사가 팀장으로 이끌며 장 부회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궁극적 목표는 경영수업이었지만 족적도 남았다.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브라질 CSP제철소를 매각하는 등 그룹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 시기 확보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비전을 수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경영전략팀장으로서는 중기 경영계획 운영을 도입한 성과를 이뤘다. 동국제강은 중기 경영계획 운영체계가 마련된 뒤 글로벌 시장 점유율 계획 등을 장기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021년 '컬러 비전 2030'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인천공장에 근무하며 대규모 생산을 이뤄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장 전무가 재직하던 2021년을 기준으로 인천공장은 철근 220만톤 생산하고 매출액은 2조2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 동국제강의 매출 7조2403억원 중 30.39%가 인천공장에서 나왔다.
◇직면과제는 대관식보다 영업이익…낮은 지분확대도 필수
장 전무의 대관식은 언제일까. 장세주 회장이 1953년생, 장세욱 부회장이 1962년생으로 아직까지는 승계를 논하기에 시기상조라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주요 그룹의 총수들은 이제야 1960년대생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60년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68년생,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1962년생이다. 회장까지는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 올라갈 직급도 한참 남아있다.
직면한 과제는 매출원가 절감으로 영업이익을 확대하는 구매담당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동국제강의 2021년 매출원가는 6조원으로 매출액 7조2400억원의 82.87%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매출원가는 1조7882억원, 매출액은 2조352억원이다. 2019년과 2020년에도 매출원가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할 이상이었다.
구매담당 배치는 장 전무에 대한 시험이자 동국제강의 신뢰를 드러내는 인사로도 보인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등이 이어져 원가절감이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광석값은 최근 톤(t)당 12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톤당 80달러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달 만에 약 50% 가깝게 확대된 셈이다.
글로벌 사업도 장 전무의 숙제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파견 경험은 자산이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장기 비전을 갖췄다.
과제는 지분이다. 장 전무의 동국제강 지분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83%다.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의 지분이 각각 13.94%, 9.43%로 높고 인적분할 후에는 장악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장 전무 자신의 지분이 매우 낮다는 점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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