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환사채(CB) 콜옵션의 좋은 시절도 이제 다 지났죠."최근 코스닥 상장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전략기획 담당 임원과의 저녁 자리에서 들은 얘기다. 그는 오너일가의 경영 전략을 비롯해 속칭 '큰 그림'을 그리는 '브레인' 역할을 했던 만큼 자본시장의 수많은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임원이다.
그에게 2021년 12월 시행된 CB 콜옵션 행사비율 제한 규정은 새로운 변화였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개정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CB 콜옵션 행사비율은 발행 당시 보유 지분율로 제한됐다. 그동안 오너일가의 지배력 보완 혹은 승계 수단 중 하나였던 CB 콜옵션 가치가 없어졌다.
증발공 규정 시행을 앞두고 CB를 발행했던 상장사들로선 최근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 기익을 두고 주판알을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제이스텍'도 당시 발행한 CB 콜옵션을 활용해 승계 밑그림의 마지막 열차를 탄 곳 중 하나다.
코스닥 상장사 제이스텍은 2021년 7월 'SKS-요즈마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대상으로 190억원 규모의 1회차 CB를 발행했다. 2007년 1월 상장한 제이스텍이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발행한 메자닌이다.
제이스텍 1회차 CB에는 콜옵션 30%가 책정됐다. 발행 당시 미정이던 콜옵션 행사 대상자는 지난 1월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제이스에너지솔루션'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은 30% 콜옵션 행사 대가로 권면총액 및 이자 등 59억원을 치르고 제이스텍 1회차 CB를 취득했다.
전환권 행사 시 제이스텍 지분 86만3636주를 시세보다 14억원가량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권리다. 눈길은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이 제이스텍 오너 2세인 정대흠 상무가 5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겸 대표로 있는 곳이란 데 쏠린다.
지난해 12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은 콜옵션 행사 비용을 모친이 대표인 비상장 가족기업 '에이티에스(ATS)'에서 무담보로 60억원을 빌려 납입했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오너일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44%를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CB 콜옵션 배정이 경영권 안정이란 설명도 마냥 납득되진 않는다.
CB 콜옵션이 통상 발행회사가 지정해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만큼 문제될 내용은 아니다. 다만 개정 시행된 증발공 규정이 코스닥 상장사들이 CB 콜옵션을 활용해 대주주 등의 지배력을 보완한다는 지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제이스텍의 이번 콜옵션 배정은 뒷맛이 개운하진 않다.
설립 한달도 안 된 신생 법인에 콜옵션을 지정한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발행사 혹은 대주주의 역할이지 않을까.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라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가족기업에서 빌린 무담보 자금으로 콜옵션 과실을 누린 제이스텍 오너일가 행보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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