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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매물 분석]동양생명, 매도자 우위 정보비대칭 해소가 관건①매각 앞두고 전환 재무지표 눈길…이론상 기업가치 'CSM+순자산' 산출 규모 6조

서은내 기자공개 2023-03-15 07:17:38

[편집자주]

M&A 시장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보험사 인수 매물들이 해가 바뀌면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의 가치평가와 직결되는 새 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M&A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 된다. 잠재적인 매물로 회자되는 보험사 수가 적지 않다. 각 회사별 자산 규모나 특징, 장단점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수 의향을 가진 원매자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까. 더벨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험 인수 매물들의 히스토리와 강점, 약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보험업계의 신 제도 도입이 보험사 M&A 시장에서는 매도자 우위의 정보 비대칭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각을 준비해온 기간이 오래된 회사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더 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는 인수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양생명 역시 수년간 매각이 예정된 상태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동양생명은 국내 또다른 계열회사인 ABL생명과 함께 5년 전 최대주주인 안방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위탁경영체제가 시작되면서부터 사실상 매각이 예정돼 온 곳으로 꼽힌다.

올해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 IFRS17과 건전성감독기준 K-ICS는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리스크 산출 방식, 부채 산출 방식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잣대가 적용되면서 각 보험사별로 재무상태표의 수치들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동양생명 자체 추산 결과 CSM 2.4조, 순자산 3.7조

동양생명은 지난 2월 말 '2022년 결산실적'을 발표하면서 새 회계제도 도입의 영향을 추산한 주요 재무지표 예상치를 내놨다. 동양생명은 매각이 예정된 회사라는 점에서 보험사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CSM(계약서비스마진)과 순자산 항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IFRS17 전환을 가정했을 때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CSM을 2조4000억원으로, 2021년 말 순자산 규모는 3조7000억원으로 산출했다. 두 항목을 더하면 회사가 제시 가능한 동양생명의 가치는 대략 6조원 정도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새 제도에 따라 산출된 보험사의 CSM과 순자산의 합산 규모는 그 회사의 대략의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양생명이 제시한 두 지표의 합산액이 회사 입장에서 산출한 회사 가치의 기대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제도 하에서 CSM은 회사의 미래 예상 이익의 현재가치를 나타내고 있어 기업가치의 가늠자가 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된다. CSM은 부채의 한 항목으로 표시된다. CSM은 보험사가 맺은 고객들과의 계약에서 향후 인식하게 될 선수 이익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새 제도 방식에 따라 시가 평가를 하게 되면서는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계약들에 대한 현시점에서의 평가가 결산기에 이뤄지게 된다. 그 결과치가 재무제표에 CSM이라는 항목으로 표시되며, CSM에 회사의 순자산 가치를 더하면 자연스럽게 그 시점의 기업가치를 대변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동양생명의 CSM, 순자산 산출 규모를 보면 동양생명 최대주주의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 수준을 알 수 있다. 동양생명은 자체적으로 추산한 결과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3조7000억원, CSM은 1조9000억원이라고 밝혔다.

2022년 1년간 추가된 신계약 CSM, 이자부리, 일부 조정과 상각 등을 거치면 2022년 말 CSM은 2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21년 말 자기자본이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2022년 말 CSM과 순자산의 합계액은 6조1000억원이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 측의 지분율은 75.3%다. CSM와 순자산 규모로 추산한 기업가치 중 최대주주 지분의 가치는 약 4조8000억원으로 셈할 수 있다.

◇ 신제도 도입 영향, 매각에 미칠 영향 변수

하지만 회사가 산정한 CSM과 순자산의 합계 금액을 모두 실제 매각가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인 동양생명은 시가총액이 7100억원(2월 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본다면 최대주주 측 지분 가치는 5346억원 정도다. 이론적 가치평가와 시장 가치의 차이가 4조원 이상 벌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신 제도 도입의 과도기라는 점은 가치 추정의 변동성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으로 회사마다 재무 지표의 큰 폭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부채, 자본에 대한 평가에 새 방식이 적용되면서 어떤 가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주요 수치 산출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한 보험사 고위 간부는 "회사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회계기준 전환에 따른 재무 지표를 산출할 때 어떤 경향이나 목적에 따라 자본을 보다 줄여서 표시할 수도, 보다 키워서 표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곧 매각을 결정한 회사라면 가치를 높이거나 매각에 유리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즉 인수를 검토하는 원매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제시하는 재무 수치들을 근거로 인수가를 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매각 예정 기간이 길었던 동양생명과 같은 회사의 경우에는 인수자 입장에서 이같은 리스크와 관련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 측 인사로 꾸려진 현 동양생명 경영진들은 그동안 매각을 염두에 두고 경영관리를 전개해왔다. 매각 전 회사가치를 높이고 매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최대 경영 목표인 셈이다. 동양생명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된다면 순탄하게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매도자 우위 리스크' 해소가 관건이 되리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예정된 곳들은 수년전부터 회사를 팔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신 제도 도입으로 회사의 자본, 이익 수준을 산출하는 일괄적이고 객관적인 틀이 아직 없고, 검증이 어렵다보니 기업가치 평가의 갭이 크게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양생명은 2018년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가 안방보험그룹에 대한 위탁경영에 돌입한 후로 꾸준히 매물로의 출회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중국 보감회가 이듬해 구제금융사인 다자보험을 설립, 안방보험 자산을 이관한 후로 해외 계열사 자산 정리에 들어가자 동양생명 역시 매물로서의 지위도 공식화됐다.

동양생명의 경영진 인사도 중국 당국 측의 입김에 영향을 받고있으며 선임된 경영진들은 매각을 염두에 둔 경영을 전개해 온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전 회사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매각에 유리한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 경영진의 최대 목표인 셈이다.

동양생명이 2015년 안방보험그룹에 매각될 당시 매각가는 약 1조1300억원이었다. 이후 안방보험이 추가 투입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당시 매각가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셈할 수 있다. 2015년 말 기준 동양생명은 자산규모는 약 22조원이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36조원을 웃돌고 있다. 8년 사이 약 14조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2021년 말(IFRS17 전환시점) 동양생명 재무재표 변경 사항 <자료: 동양생명 2022년 결산 실적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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