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상실 하나UBS, 하나금융 백조로 거듭날까 그룹 판매망, 성장 가도 여력…ETF 경쟁력 강화 숙제
양정우 기자공개 2023-03-30 08:20:35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UBS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 금융그룹에 걸맞는 종합자산운용사로 재탄생 시키기 위한 전열을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UBS자산운용은 다른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하지만 최대주주였던 UBS가 떠난 후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로 온전히 편입되면 한층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의 국내 선두권 판매망을 토대로 성장 여력이 충분한 가운데 우선 대세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을 확충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하나표' 상품 개발 기대감…'운용-계열' 시너지 발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하나UBS운용의 대주주 변경승인안을 가결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8월 말 이후 UBS가 가진 지분 51%를 인수해 하나UBS운용을 100% 자회사(가칭 하나운용)로 편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이다. 프라이빗뱅커(PB)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국내 그룹사이기도 하다. 다만 하나UBS운용은 하나증권(지분율 49%)이 최대주주가 아닌 만큼 그간 고유의 전략적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사인 UBS 입장에서는 한국이 워낙 작은 시장이어서 공격적으로 장악하기보다 부가 수익이 창출되는 지역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미 지분 매각을 선언한 지 6년이 흘렀다. UBS측의 입장 변화가 아니라 국내 금융 당국의 승인 이슈 탓이기에 어차피 결별할 합작사였다. 결국 떠나야 할 최대주주로서 과감하게 재원을 투입하는 투자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 매년 대규모로 지급받는 배당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도록 현상유지에 무게를 싣는 게 유리했다.
이는 앞서 합작법인으로 출발해 홀로서기에 나섰던 신한자산운용의 사례와 비슷하다. 신한자산운용은 과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시절 국내 운용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진출이 대표적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데 미온적이었던 BNP파리바와의 합작 청산이 끝나고 나서야 'SOL ETF'를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태세전환이 이뤄졌다.
합작 파트너인 UBS를 떼어내는 하나운용 역시 그룹의 뒷받침을 토대로 성장 가도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은행과 증권 등 그룹 계열에서 전국 곳곳에 방대하게 구축한 판매망을 거머쥐고 있다. 클럽원과 골드클럽 등 다른 금융그룹의 점포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센터가 적지 않다.
물론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는 민감한 이슈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규제하고자 판매 비중을 직접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과거 50%에서 근래 제도 개편에 따라 25%까지 줄이기로 했다. 한때 계열 운용사의 상품이 50%를 웃돌았던 판매사도 비중 축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의 경우 경쟁사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 두 금융사 모두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국내 최저 수준이다.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은 2.9%, 하나증권은 0.9%에 불과하다. 삼성생명과 흥국증권의 경우 각각 33.1%, 28.6%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하나운용이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펀드를 설계한다면 계열 판매사의 PB가 이들 상품을 굳이 외면할 필요가 없는 여건이다. 의도적으로 계열사 밀어주기에 나서는 게 아니라면 그룹 운용사가 직접 상품 경쟁력을 확인한 펀드를 주시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판매 채널을 애용하는 고객군을 감안한 맞춤형 상품이라면 힘을 싣는 것도 가능하다.
판매 채널과 맞춤형 상품의 시너지뿐 아니라 운용업과 금융 계열사가 '윈윈'을 거둘 수 있는 사업 기회가 적지 않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도 대표적이다. 연금사업자인 은행, 증권 등이 계열 운용사와 협업을 통해 DB형 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160조원에 달하는 DB형 퇴직연금은 서서히 펀드쪽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ETF 시장, 파죽지세 성장세…합작사 한계 탈피, 드라이브 무게
공모펀드의 인기가 과거 전성기 시절엔 못 미치지만 ETF엔 여전히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UBS운용은 이 거대한 트렌드 흐름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하나UBS운용은 ETF 시장에서 2개 종목을 운용하고 있다. 순자산가치총액은 1206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금융그룹 계열이 아닌 독립계 운용사(타임폴리오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향후 톱티어 종합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려면 ETF 라인업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UBS측이 추천한 인사인 이원종 대표의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면 하나운용의 새 수장이 소화해야 할 첫 번째 임무로 꼽힌다.
다만 ETF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 언제부터 구체화 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업계 '빅2'로 시장이 고착화 된 상태에서 상품 개발을 위한 인력 확충, 마케팅 확대 등의 의사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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