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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 리포트]전기차 시대,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고민③배터리 합작법인 둘러싼 동상이몽...완전 내재화 가능성은 글쎄

조은아 기자공개 2023-04-03 07:30:38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만남 소식도, 이별 소식도 부쩍 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면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끝이 정해져있다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잡고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만남과 이별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9: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차그룹은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게 됐다.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핵심이었다면 전기차에선 배터리가 핵심이다. 지금과 같이 전량 배터리를 배터리회사에 의존하는 구조를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한 100% 내재화는 모든 자동차회사의 꿈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전기차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놓고 미온적으로 접근했다. 좋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배터리 조달은 배터리회사에 의존하는 편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략을 배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짓는 합작법인(합작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도 합작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대부분 배터리회사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를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급은 물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상위권 자동차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손잡고 글로벌 각지에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다.

완성차회사와 배터리회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안정적인 공급처와 수요처를 찾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을 엿볼 수 있다.

배터리 회사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수년의 경험을 통해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합작법인을 함께 운영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갑을 관계로 따지면 '갑'인 자동차회사들이 합작 관계를 이용해 배터리 기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배터리회사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동차회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이 맺어졌을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자동차회사들은 합작공장을 보는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 여부와 별개로 배터리 내재화는 자동차회사들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부품 내재화를 향한 고민은 굳이 자동차회사가 아니어도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설 때마다 거쳐 가는 통과의례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각각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부품 계열사를 여럿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배터리는 특히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으로 매우 높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면 원가를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차량의 가격과 품질을 좌우한다는 점 역시 완성차회사들이 배터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테슬라, 폭스바겐, BMW 등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업계는 100% 내재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회사가 진입하기에는 기술력 등 진입 장벽이 있고 다수 핵심기술과 특허뿐 아니라 오랜 양산 노하우도 축적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회사들 역시 완성차회사들의 내재화 계획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배터리는 자동차의 근본인 기계 기술이 아니라 화학 기술을 필요로 한다. 실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처음 LG전자가 아닌 LG화학에서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것도 단순히 조립을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물질 자체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적인 기업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뒤늦게 뛰어들어 화학 기술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완성차회사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는 진짜 이유는 원가구조를 파악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실적 측면에서 100% 내재화보다는 지금과 같은 합작법인의 형태가 내재화의 최종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차세대 배터리의 경우 얘기가 조금 다르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남아있어서다. 현대차그룹 역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재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5년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남양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관련 부서를 두고 있으며 2018년부터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회사 솔리드파워에 투자해왔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를 향한 관심은 2021년 합작을 종료한 HL그린파워를 봐도 엿볼 수 있다. HL그린파워는 2010년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이 지분율 51%와 49%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영문 이니셜 알파벳에서 HL을 따와 이름을 만들었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 판매하는 법인이다.

이 회사는 2021년 합작을 끝냈는데 현대모비스가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9%를 전량 인수해 현재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름에서도 L을 떼면서 현재 이름은 H그린파워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자리잡을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 및 인근 인프라 현황.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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