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평가손익 해부]'5만 전자' 나비효과…자기자본 5조 증발한 삼성화재②삼성전자 지분 '2조 평가손실'이 주원인…RBC비율 305%→285%
고진영 기자공개 2023-04-04 07:19:53
[편집자주]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대개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변동에 따라 돈이 움직이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은 두 자산이 동시에 급락한 이례적인 해였다. 유가증권의 위기는 기업들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SVB 사태가 유가증권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공정가치는 얼마나 등락했으며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인식됐을까. 손익계산서에 나타나지 않는 미실현 손익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1% 이상 가진 대주주다. 이 주식을 관계회사 지분으로 잡지 않기 때문에 주가 등락에 따른 가치평가를 자기자본에 직접 반영해왔다. 보유 효과가 쏠쏠했던 해도 많았다. 사상 처음 '8만 전자'를 찍었던 2020년의 경우 2조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가 맥을 못췄던 지난해는 사정이 달랐다.지난해 삼성화재는 별도 기준으로 1조14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특별계정수입수수료가 줄어든 탓에 예상치를 밑돌긴 했으나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21년 삼성전자에서 특별배당 1700억을 받은 데서 온 역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좋은 실적의 배경으로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이 꼽힌다. 백내장수술 보험금에 대한 지금심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또 팬데믹으로 차량 이동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역시 개선됐다.
하지만 1조원을 넘는 순이익이 자본에 고스란히 쌓였는데도 삼성화재의 자본총계는 오히려 꺾였다. 2022년 말 10조8151억원에 그쳤다.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2021년과 비교하면 4조6000억원 정도가 급감했다. 이유는 손익계산서 밖에서 발생한 유가증권 평가손실에 있다.
작년 말 기준 삼성화재의 금융자산은 69조원이다. 당기손익금융자산은 1조원 정도 뿐이고 27조원은 대출채권, 34조원은 평가손익이 자본에 직접 반영되는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이뤄졌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구성을 보면 국공채, 회사채, 특수채, 외화채권 등 채무증권(21조원)과 수익증권, 주식 등 지분증권(13조원)이 있다.
이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삼성화재는 2022년 5조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그만큼이 자본에서 그대로 빠져나갔다. 근 10년래 전례가 없는 규모의 평가손실이다. 삼성화재는 2012년 이후 대부분의 해(7개 연도)에 매도가능금융자산을 통한 평가이익을 얻었고 평가손실을 봤던 때도 규모가 1조원을 넘기지 않았다. 2020년에는 평가이익이 1조6400억원에 달했는데 갑자기 수조원의 손실이 생겼다.
평가손익을 갉아먹은 주범은 지난해 5만원대까지 미끄러진 삼성전자 주식이다. 삼성화재의 금융자산 가운데 총 주식 규모는 5조원, 그 대부분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8880만2052주(1.49%)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 중이며 2022년 말 기준 지분가치는 4조9107억원이다. 2021년 장부금액은 6조9532억원이었으나 1년 전과 비교해 시가가 2조원이나 떨어졌다.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넘어간 부분을 감안해도 5조원의 평가손실에서 대략 30% 정도가 삼성전자 몫인 셈이다.
삼성화재는 매도가능금융자산 일부를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지만 이로 인해 피할 수 있었던 평가손실은 미미했다. 만기보유금융자산은 시가 평가를 하지 않아서 가치가 떨어져도 재무제표에 영향이 없다. 하지만 주식은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자본 감소에 가장 영향이 컸던 삼성전자 주식은 만기보유증권으로의 재분류가 불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가 2022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옮긴 특수채, 국공채 등 유가증권 규모는 5조6493억원이다. 2022년 말 기준 재분류 자산의 장부금액은 5조6700억 수준이고 공정가치는 약 5조4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분류하지 않았더라면 자본에서 추가로 빠져나갔을 평가손실 규모가 1996억원 수준에 그친다.
결국 삼성화재는 지난해 자본총계가 대폭 줄어들면서 연결 지급여력비율(RBC)이 2021년 305.35%에서 284.98%로 20.37%p 낮아졌다.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RBC 비율이지만 감소폭이 작지 않다.
다만 올해는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에 따라 자기자본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FRS17의 핵심은 자산뿐 아니라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한다는 데 있다. 2022년 삼성화재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IFRS17 도입을 가정해보면 자기자본은 12조3000억원수준으로 1조5000억원 정도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부채총계는 9조원가량이 줄어든 67조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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