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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이우현 회장의 '뚝심' 유전 [thebell note]

김위수 기자공개 2023-04-27 07:30:34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이수영 회장은 화학업체였던 OCI를 국내 대표 태양광 업체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2008년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폴리실리콘 양산에 나선 뒤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로 OCI를 세계적인 폴리실리콘 제조사 반열에 올려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폴리실리콘 사업은 곧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을 검토했던 삼성·SK·한화·에쓰오일 등이 슬그머니 철회를 결정했을 때도 그는 폴리실리콘을 놓지 않았다. 태양광 시장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회장도 폴리실리콘 사업에 있어 아버지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2017년 이수영 회장 별세 후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을 당시는 이미 '태양광 암흑기'가 장기화해 있던 시점이다. 부회장에 취임한 2019년에는 연간 적자가 났고 2018년 4분기부터 7개 분기동안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사업 지속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을 법하다.

사업에 대한 의지도 유전이 된걸까. 이우현 회장은 말 그대로 뼈를 깎으며 폴리실리콘 사업을 유지했다.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비핵심자산 매각과 같은 고육지책으로 버텨냈다. OCI가 2020년 말부터 시작된 폴리실리콘 시황 개선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일은 필연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기회를 계기로 OCI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이 역시 우연이 아니다.

고비를 넘기고 승진해 그룹 정점에 올라선 이우현 회장의 다음 스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OCI가 실시 중인 지배구조 재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OCI는 존속법인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사업회사 OCI로 나뉜다. 이 회장이 맡는 OCI홀딩스는 그룹 포트폴리오 관리 및 신사업 발굴은 물론 태양광용 실리콘 및 도시개발 사업을 한다.

다소 관련이 없는 항목들이 뭉쳐져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모두 투자와 관련돼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사업 발굴과 도시개발은 그 자체로 자금의 투입이 필요한 사안이고 폴리실리콘 사업은 증설이 예고돼있다. 핵심사업의 외연확장과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행보에 더 활발하게 나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적극적인 투자에 OCI 오너가 경영인들이 대를 이어 보여준 사업에 대한 혜안, 그리고 강력한 의지가 더해진다면 그룹의 성장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우현 회장이 앞으로 새로운 OCI를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기대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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