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탈탄소 드라이브]동국제강 장선익 전무, 탈탄소로 마주한 승계 시험대⑤전력비 상승 속 철스크랩 확보 난항 전망… 오너4세 장선익 전무의 대응방안 마련 과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5-23 07:49:18
[편집자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산업계에서 철강은 탄소 저감의 압력을 강력히 받는 산업군이며 동시에 국제통상의 무대에서 한국은 주도국보다 각종 경제권역의 참여국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내 철강사들의 탈탄소 전략과 그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9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전기로를 신설하거나 전기로 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탈탄소 과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동국제강 등 전기로 제강사들에게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재료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조달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동국제강에서 공급망의 관리를 담당하는 인물은 오너 4세 장선익 구매실장 전무다. 향후 동국제강의 경영을 승계할 최유력 후보다. 장 전무는 철강업계의 탈탄소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 전기요금 오르고 원재료 비싸지고… 가격 반영 쉽지 않아
최근 전기요금이 가정용과 산업용을 가리지 않고 KWh당 8원 인상됐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19.3원, 올해 1월 13.1원이 높아졌으나 가격 인상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에서는 국내 전기로 제강사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020년 기준 6.57TWh의 전력을 사용했다. KWh당 8원의 전기요금 인상은 누진세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계산으로도 동국제강에 연간 526억원의 전력비 부담 증대로 이어진다. 동국제강이 지난해 소비한 전력비 2827억원의 20% 수준에 이른다.
동국제강으로서는 전력비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전기로 제강사업의 핵심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의 가격이 최근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철스크랩 구매가격은 올해 4월 톤당 평균 4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대비 24만5000원 낮아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동국제강의 전력비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질 공산이 크다.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전기요금 인상 요구안은 KWh당 51.6원이나 상반기에는 21.1원밖에 반영되지 않았다. 한전의 지속적 적자경영을 고려하면 남은 인상분이 100%는 아니라도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를 넘어 내년, 혹은 그 이후까지 전기요금의 점진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반면 철스크랩은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협정(GSSA)등 탄소 기반 무역장벽이 세워지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양대 고로제철회사들은 전기로 신설 및 활용 확대를 천명했다. 세계적으로도 영국 리버티스틸이 국내 KG스틸의 유휴 전기로를 사들이는 등 고로제철회사들의 전기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 장선익 전무, 비용 안정화 과제로 경영능력 시험대
동국제강은 전력 수요를 100% 가까이 한전에 의존하고 있다. 당진과 포항 공장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자가발전 충당률은 소수점 단위 퍼센트에 그친다. 자가발전량을 늘리고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는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철스크랩을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로 확대가 철강업계 탈탄소의 세계적 트렌드임을 고려하면 원재료 확보는 글로벌 철강업계 전체 차원의 과제다. 앞서 4월 미국 전기로 제강사 커머스메탈이 철스크랩 수출회사 어드밴스드스틸을 인수하는 등 철강회사가 철스크랩 판매회사를 직접 인수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동국제강의 원재료 확보 경쟁이 갈수록 심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인천공장 생산담당을 맡고 있던 장선익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본사 구매실장으로 불러들였다. 장 전무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다.
동국제강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원가가 7조3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원·부재료 사용 및 상품 매입액이 72%에 이르는 5조3027억원을 차지했다. 구매실장의 역량에 따라 동국제강의 수익성이 좌우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은 수준이다. 책임이 무거운 자리인 만큼 장 전무의 성과는 그대로 경영능력 입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앞서 12일 동국제강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장세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법인을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열연 자회사 동국제강, 냉연 자회사 동국씨엠으로 인적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 등을 승인받았다.
등기이사가 아닌 장 전무까지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해 투자자 및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재계와 철강업계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동국제강의 승계 기반이 갖춰졌으며 장 전무가 후계자로서 본격적으로 역량을 입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장 전무는 기자들에게 "철강시황 악화와 탄소배출권 규제 이슈 등으로 구매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대응 방안을 잘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승계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현재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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