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삼성그룹, 회사채 시장 존재감 더 줄어든다'비핵심' 삼성증권·호텔신라 등 정기 이슈어…오는 9월 삼성SDI, 현금상환 결정
김슬기 기자공개 2023-06-19 08:04:4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14: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재무부서는 어디에 있나요?"증권사 커버리지 부서 내 RM(Relationship manager)들을 만나서 재계순위 1위인 삼성그룹에 대해 물어보면 오히려 이렇게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RM들은 발행사의 위치 뿐 아니라 내부 재무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답 자체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꼭 삼성전자가 아니어도 주요 계열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기적으로 자본시장을 찾는 곳은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의 금융계열사나 삼성물산, 호텔신라 정도다. 그만큼 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 IB와 삼성그룹의 접점이 많지 않다. 간헐적으로 시장을 찾았던 삼성SDI도 올해 회사채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을 할 예정이다.
◇ SB 발행규모, 전체 그룹 중 18위…삼성전자, 2001년 이후 공모채 시장 발길 '뚝'
14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그룹의 공모 회사채(SB+FB) 발행 규모는 1조8900억원으로 그룹별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전년동기대비 4500억원(19.23%) 감소한 수준이다. 일반 회사채(SB·Straight Bond)로 좁히면 순위는 더 떨어진다. 발행규모는 6200억원으로 전체 그룹 중 18위다. 전년동기대비 5300억원(46%) 줄었다.
상대적으로 발행절차가 간소화된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FB)를 제외한 SB를 보면 삼성그룹의 연간 발행 규모는 크지 않다. 2016~2019년까지는 연간 발행규모가 1조원 미만이었고 2020년 1조4700억원, 2021년 1조8000억원, 2022년 1조1500억원이었다. 재계 순위 2위인 SK그룹이 내년 수조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내부 보유 현금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108조원이다. 총차입금은 10조원이다. 올 들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의 차입을 진행하긴 했으나 디스플레이는 전자가 지분 84.78%를 보유한 종속회사다. 삼성SDS의 순현금 규모만 4조2000억원대다.
삼성전자는 2001년 공모 회사채 발행을 끝으로 시장을 찾지 않았다. 당시 신용등급은 AAA로 최상위 등급이었으나 2004년 상환하면서 국내엔 유효 신용등급이 없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회사채 등급이 있는 곳은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 삼성카드, 호텔신라다. 삼성중공업은 기업신용등급(ICR)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내부 현금성자산이 많고 은행 거래가 워낙 원활하다"며 "뿐만 아니라 여타 전자 계열사도 대부분 해외로 생산시설이 이전돼 있기 때문에 현지 은행이나 국내 시중은행 현지법인을 통해 보다 경쟁력있는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국내 채권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9월 회사채 만기 돌아오는 삼성SDI, 현금상환 예정
그나마 주기적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 곳은 호텔신라나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이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호텔신라와 삼성증권이 각각 3000억원, 32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조달을 마쳤다. 삼성물산의 경우 2022년 4월 5000억원 규모로 공모 회사채를 찍었다. 1~2년에 한번씩 시장을 찾고 있다.
나이스P&I에 따르면 호텔신라, 삼성물산, 삼성증권은 각각 9400억원, 7500억원, 2조8311억원의 미상환채권 잔액이 남아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5년 이후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을 떠났다. 이후 신용등급이 AA0에서 BBB0까지 떨어지면서 공모보다는 사모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삼성SDI는 2018년 9월을 끝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당시 3년물과 5년물을 각각 3700억원, 2200억원 등 총 59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조달금리는 각각 2.204%, 2.407%였다. 2021년 9월 만기가 돌아온 3년물은 현금상환을 마쳤다. 올해 9월 2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삼성SDI 관계자는 "오는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보유 현금으로 전액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삼성SDI 역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연결 기준 3조9056억원, 별도 기준 2조3523억원이다.
삼성SDI의 경우 현금성자산도 풍부하지만 사업의 구조상 이제 국내 조달이 필요없는 상황이 됐다. 핵심 사업인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은 중·대형 전지, 소형전지 등 리튬이온 2차 전지를 생산한다. 특히 생산거점이 되는 헝가리법인에서 발생하는 자금소요가 큰데, 씨티은행이나 한국수출입은행 등에서 이를 차입하고 있다.
다만 삼성카드의 경우 SB가 아닌 FB를 발행한다. 채권잔액은 11조1800억원이다. 카드사의 특성상 은행과 비슷하게 돈을 빌려주는 여신기능을 하지만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 등을 발행해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FB는 일괄신고제를 적용해서 발행하는만큼 수요예측 등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SB 발행과도 다르고 여타 계열사와도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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