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7' 노리는 KAI, 투자 고삐 당긴다 5개년 R&D비용 36% 증액…방산시장과 미래 우주시장 함께 대비
강용규 기자공개 2023-06-29 10:55:09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50년 매출 40조원을 내는 항공우주분야 글로벌 톱7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해 KAI가 매출 2조7869억원을 낸 37위 항공우주기업이었음을 고려하면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매출을 15배가량 확대해야 한다.방산업계에서는 KAI의 2050년 비전을 놓고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군용기나 위성 등은 개발에 긴 시간이 걸리고 사업 주기가 매우 긴 만큼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KAI는 투자계획의 재정비를 시작으로 2050년의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방산수출 호조 기반으로 설비투자·R&D투자 동시 확대
KAI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말 기준으로 사업 진행 및 생산성 개선을 위해 2023~2025년에 걸쳐 1조119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3개년 설비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올해 2751억원, 내년 3768억원, 2025년 4676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KAI의 3개년 설비투자계획은 2022년 1291억원, 올해 2127억원, 내년 2054억원으로 총 5471억원이었다. 증액 규모가 2배 이상이다. 올해 새롭게 수립된 계획은 단순히 2024년의 투자를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올해와 내년의 투자계획을 기존 대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KAI는 연구개발(R&D) 투자의 증액도 예고했다. 먼저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2028~2032년의 5년은 3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2배 늘린다. 2033년부터는 연구개발비의 매출 비중을 5~10%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2018~2022년 R&D 투자를 2000억원 이상으로 유지해 왔다. 5개년 투자의 총액은 1조995억원이다. 올해부터의 5개년 투자는 기존 대비 36%의 금액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KAI의 지난 5개년 영업이익 평균치가 1522억원이라는 점, 향후 3년의 공격적 설비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R&D 투자의 증액 규모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후 5년은 R&D 투자금액이 2배 뛴다. 중단기적 실적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수립하기 힘든 계획이다.
물론 눈앞의 전망은 밝다. 최근 KAI는 폴란드와 맺은 FA-50 경공격기 48대 수출계약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FA-50 18대(옵션 18대 별도)를 수주했다. 이집트와도 수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전술훈련기 교체사업에도 도전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 최근 우주분야 경쟁력 '흔들'… 2050년 비전은 '생존 과제'
방산 성과를 앞세운 KAI의 호조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파악된다. 항공우주업계 및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을 '지각변동의 시기'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제품 및 장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증대되는 한편 하늘을 넘어 우주가 새로운 사업 무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이전부터 미래를 준비해왔다. 1990년대부터 아리랑 위성과 천리안 위성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주도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목적 실용위성 분야에서는 정부 수요에 민간이 대응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2020년에는 우주산업만을 위한 설비인 우주센터를 짓고 사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가 설비와 R&D 양면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생산설비를 늘려 눈앞의 군용기 수요를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R&D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연구나 위성의 개발 등 미래사업의 준비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매출 40조원의 글로벌 톱7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KAI의 2050년 비전은 단순한 성장 목표가 아니라 지상과제다.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3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2050년 비전을 언급하며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이 제2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면서도 "이 도약에 실패할 경우 KAI는 국내 수요 기반의 하청기업으로 남아 낮은 성장을 하는 것이 최선이고 최악에는 도태돼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AI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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