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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지금]'조직개편·인사' 대신 '철학·비전' 앞세워 경영권 강화②여러 채널 통해 수시로 메시지 전파…경영보폭 확대, 내부변화 유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3-07-10 08:11:39

[편집자주]

신한금융그룹이 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지배구조에 맞춰 조직의 비전과 전략도 진화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진 회장은 ‘일등신한’에서 멈추지 않고 ‘일류신한’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더벨은 변화하는 신한금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옥동입니다.”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대표이사(CEO) 및 주요 경영진들이 최근 수차례 수신한 메일의 제목이다. 발신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다. 진 회장은 몇 번에 걸쳐 자신의 경영철학과 비전 등을 핵심 참모들에 전달하면서 경영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오찬 및 미팅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가면서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주력한다.

◇‘조직개편·인적쇄신’ 대신 꾸준한 소통으로 경영철학 전파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취임한 진 회장은 취임 뒤 비서라인을 제외하곤 신규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조직개편도 없었다. 전임자였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수년에 걸쳐 구축해 놓은 조직과 경영진들을 그대로 유임했다.

지난해 말 진 회장이 선임되면서 신한금융 안팎에선 대대적 개편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조 전 회장과 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다르고 참모진도 중첩되는 인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핵심 참모진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들 중심으로 조직을 새로 구축해 초기에 경영권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다.

실제 2019년 3월 신한은행장에 취임 했을 당시 진 회장은 본부 부서장과 전국 영업본부장 등을 일제히 교체했었다. 조직개편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은행장 취임 초기부터 자신의 경영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진 회장은 올해 취임 뒤 최대한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정화를 전략을 택했다. 대신 진 회장이 중점을 둔 부분은 조직에 자신의 색채를 입히는 일이었다.

진 회장은 경영철학과 비전을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참모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쪽으로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다. 수차례 일관된 키워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구성원에 전파되면서 조직 내에서도 진 회장의 경영철학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제 진 회장은 취임 뒤 주로 신한금융지주 경영진 및 자회사 CEO, 임직원 등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들과 접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찬과 티미팅,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관되게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다.

진 회장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그는 이메일에서 “일류신한이 되기 위해선 내부통제와 컨플라이언스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며 “신한문화 대전환과 일류신한은 결코 숫자로 일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원은 신뢰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고객과 거래처가 신한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곧 일류가 되는 것”이라며 “주주와 투자자도 고객이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기대 만큼 성장은 지속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꼭 정도영업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간결하게 지금 할수 있는 것부터"

진 회장의 경영철학과 비전이 빠르게 조직에 퍼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현장에서의 추진력에 있다. 진 회장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한다’는 원칙을 직접 솔선수범하고 있다. 작은 것부터 직접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을 앞세워 조직 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진 회장 취임 후 신한금융 내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는 보고서다. 진 회장은 보고서는 가능하면 간결하게 작성하고 색도 두 가지 이상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보고서에 꼭 작성자의 실명을 기재하라고 요구한다. 언제든지 작성자에게 바로 전화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진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다. CEO와 직원이 직접 특정 업무에 대해 상의하고 그 가운데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는 사례도 있었다. 조직체계 내 형식적 규율이 사라지고 자율성이 높아졌다. 소통이 잘 이뤄지면서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진 회장은 행사 등을 최대한 간결하게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신 그 행사가 기획된 의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실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ESG 경영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신한금융은 지속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해 왔다. 이에 다양한 전략을 발표하고 행사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진 회장은 크고 화려한 행사 보다는 실제 ESG 경영 자체에 집중했다. 지금 할수 있는 것부터 내부에서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하자는 것이 골자다.

성과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부터 ‘신한 아껴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한금융 전체 임직원이 업무 시 사용하는 전기, 휘발유, 종이, 물을 절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내부 ESG 활동을 통해 감축한 비용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기부한다.

신한금융 내부 관계자는 “조 전 회장 때는 크고 상징성 있는 이벤트들이 많았다면 진 회장 체제에선 행사 등이 간결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결정과 실행 등에 있어서도 심플하고 속도감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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