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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퇴직연금 로보 일임 두고 금융업권 불만 표출 규제 샌드박스 상정…은행·보험업계 형평성 문제 지적

이돈섭 기자공개 2023-07-28 08:17:19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한 퇴직연금 적립금 일임 서비스의 길이 열리면서 금융업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디셈버와 파운트, 콴텍 등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뿐 아니라 미래에셋증권처럼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셈이지만, 투자일임업 라이선스가 없어 서비스 출시조자 어려운 보험사와 은행업권에선 퇴직연금 사업자 간 기회 불공정 문제를 표출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 향후 수익률과 안정성 등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실증특례 성과를 고려해 해당 서비스 제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 금융위가 해당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필요한 요건을 마련하면 디셈버와 파운트, 콴텍 등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신청에 나설 채비다. 미래에셋증권 등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금융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디셈버와 파운트, 콴텍, 미래에셋증권 등은 기재부와 사전 정책 협의 미팅을 갖고 의견을 조율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당국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일임 운용했을 때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경험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충분한 성과가 나오면 규제 개선 요청권이 생겨 법제화 검토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특례를 마련한 뒤 시범 일임 운용 성과가 정책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치를 넘으면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이 가진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연금 적립금 자산관리 계약은 보험계약 또는 신탁계약 형태이어야 한다고 명시된 점을 들어 가입자 지시 없이 투자를 집행하는 일임 운용은 원칙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수년간 운용해 온 퇴직연금 일임 계약 상품인 랩어카운트 운용을 중단키도 했다.

이후 증권업계 중심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일임을 허락해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고용부는 근로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경험적 근거가 없는 한 검토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에 기재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퇴직연금 일임 운용 길을 열면서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책을 주도한 곳은 기재부 신성장정책과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기재부와 직접 소통하면서 퇴직연금 일임 희망 여부를 타진했고, 기존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운용 재개 기회를 노리던 미래에셋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이해관계가 겹치면서 함께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발표 이전 정부 부처 간 협의는 있었겠지만, 고용부나 금융위에서 업계 의견을 청취한 후 기재부 측에 정식 상정한 절차를 거친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형평성 문제다. 기존 금융회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거쳐 심의를 통과해야만 신청 자격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진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심사 절차는 운용심사와 시스템 사를 거쳐 최종 심의 결과가 발표되는데, 이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통상 8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보험사와 은행의 반발도 예상된다. 은행업권이 정책당국에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특정 증권사에 퇴직연금 일임 길을 터준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DC와 IRP 적립금은 139조원. 퇴직연금 시장이 제로섬 게임 성격을 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임 라이선스가 없는 사업자 입장에선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중론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재부 정책은 퇴직연금 일임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테스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업권 간 갈등을 유발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퇴직연금 일임이 은행업권의 투자일임업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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