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뉴 비기닝]기대·긴장 속 임시총회, '과제 남기고' 우려불식의 시간 돌입류진 회장 체제 공식 출범…'쟁점' 상근부회장 선임 '다음으로'
김경태 기자공개 2023-08-22 16:16:15
[편집자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설립하던 때의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수장으로 추대했다. 새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며 여러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과거의 위상 회복을 추진하는 한경협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임시총회를 통해 단체 명칭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엿보였다. 최근 4대그룹의 복귀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행사에 참석한 류 회장은 조심스러운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가 이끌 전경련은 첫 단추를 끼우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비롯한 일각의 우려를 행동으로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경련, 임시총회 개최…류 회장 "국민 신뢰회복, 최상위 과제"
전경련은 이날 오전 11시반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었다.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류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의안으로는 정관개정, 전경련·한경연 통합합의문 채택, 임원개선(안), 윤리헌장 제정 등이 포함됐다. 의안은 모두 무리 없이 통과됐다.
전경련은 단체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한경협 명칭 사용은 정관개정에 대해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이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은 내달 중 이뤄질 전망이다.
임시총회가 시작된 뒤 20분이 지나고 신임 회장의 취임사부터 외부인들의 참관을 허용했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경협 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지금 우리의 최상위 과제는 국민의 신뢰회복"이라며 "여기에 제가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의 가풍 속에서 성장했고, 선친의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을 이어받고자 노력해왔다"며 "회원 여러분께서 국가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결단한 것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취임사 이후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어 전경련은 올 5월 18일 혁신안 발표 당시에 밝혔던 윤리헌장도 선언했다. 윤리헌장에는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을 할 것을 약속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어우러졌다. 전경련은 올 5월 혁신안을 발표했고 7월에는 4대그룹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재가입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합류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만 나온 것은 아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임시회의를 열었다. 지난주 금요일(18일)에는 정경유착이 발생하면 즉각 탈퇴해야 한다는 '조건부 권고'를 내놨다.
여기에 삼성그룹 주요 5개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증권 이사회는 전경련 합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 향후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복귀가 모두 이뤄지더라도 시작하는 과정에서 일부 흠집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삼성그룹을 비롯한 4대그룹의 합류가 이뤄지고 임시총회도 무난히 치르면서 류진 회장 체제 전경련에 대한 기대감을 살린 상태에서 출항하게 됐다.
◇'행동 입증'의 시간, 상근부회장 선임 미뤄…KT 비롯 재계 회원사 유치 등 '과제'
삼성 준감위는 이달 18일 임시회의 이후 발표를 통해 전경련의 쇄신을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준감위는 "현재 시점에서 전경련의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전경련에 대한 여러 관측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4대그룹을 포함한 기업들의 합류를 위해서는 전경련이 순수민간단체, 재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 상근부회장 자리에 관가 출신 전문가가 영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르면 이날 임시총회에서 상근 부회장이 선임될지, 후보자가 발표될지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류 회장은 이날 상근부회장 후보자를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고심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상근부회장 선임을 저에게 위임해 주신 만큼 업무 공백이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책임자를 찾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지난 8월 4일 회장직을 수락한 이후 새로운 부회장단 영입도 검토했지만 오늘 임시총회에서 선임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 훌륭하신 분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이날 과거 대표 경제단체로의 부활을 알렸지만 삼성 준감위를 비롯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행동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류 회장 체제 한경협이 위상 회복을 위해서는 4대그룹 계열사들의 복귀가 관건으로 지목돼 왔다. 4대 그룹 계열사들은 이날 총회를 계기로 형식상 회원으로 등재된다. 다만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 회장으로서는 4대그룹 고위층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추가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탈퇴한 대기업과 신규 회원사 유치도 중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곳은 포스코와 KT다. 2곳 역시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전경련을 떠났다. 전경련은 최근 2곳에 복귀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KT의 경우 이달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될 예정이라 그 이후 이사회와 논의를 거쳐 한경협 합류 여부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제단체 중 주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회원을 맞이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신규 회원 유치에 적극적이며 성과도 거뒀다. 이차전지 사업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에코프로가 회원사가 되기로 했다.
재계 부담 축소 여부도 주목받는 사안이다.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가 전경련에 내는 회비는 100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특별회비 명목으로 금액을 내는 경우도 적잖았다. 2016년 전경련의 사업수익 중 회비수익은 409억원에 달했다. 4대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이 탈퇴한 이후 2017년부터 회비수익은 100억원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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