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구원투수로 등판한 ACE…패시브 전문가 배재규 대표①"안정적 수익률에 방점, 자산배분 상품도 지속 출시"
황원지 기자공개 2023-10-05 08:39:36
[편집자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변하고 있다. 국내 수위권 종합자산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운용 전략과 투자 철학면에서 하우스 색채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작년부터 사령탑 교체와 조직 개편 등으로 격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의 빈자리를 채워줄 ETF 상품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서서히 그 노력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더벨은 한투운용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3: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규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변화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재작년까지 삼성운용에서 KODEX를 이끌다가 ETF 부흥의 특명을 받고 한투운용에 합류했다.배재규 대표는 부임 이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고, ETF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등 하우스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이제 부임 2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배 대표는 현재 시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ETF로 변화한 시장, 운용보다 상품개발·마케팅에 집중
배재규 대표를 이야기할 땐 ETF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삼성자산운용 주식2팀에서 일하던 중 해외 출장에서 ETF를 처음 접한 그는 이를 연구해 국내에 들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당국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고 다니며 ETF 도입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배 대표는 그때부터 패시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처음 ETF를 도입했을 때 시장을 뒤집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ETF가 막 도입됐던 2000년대 초에는 주류였던 액티브 펀드 대비 수익률이 낮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배 대표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투자자들이 바라는 기대수익률도 현실적으로 조정되고, 이에 따라 ETF와 같은 패시브 상품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010년을 전후로 ETF는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배 대표는 ETF와 같은 패시브 펀드가 주류인 시장에서는 이전과는 조직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배 대표는 “운용업을 이루는 세 가지 축은 상품개발, 운용, 마케팅”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액티브 펀드가 주류이던 시기에는 운용역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지만 매니저의 자율성이 크지 않은 ETF의 경우 운용의 관여도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배 대표는 “패시브 펀드에서는 (액티브 펀드와)반대로 마케팅과 상품개발 파트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하면서 조직 개편을 진행한 이유다. 주로 마케팅과 ETF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변화를 줬다. 기존 마케팅조직과는 별개로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만들었고,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는 TDF를 담당하는 솔루션본부도 출범시켰다. 올해 초에는 정기 인사를 통해 ETF 부서를 본부로 격상하면서 ETF운용부와 ETF 상품전략부 등 관련 조직을 한 데 모았다.
배 대표는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등 지난해부터 진행한 조직개편은 이제 거의 마무리했다”며 “이제 기존 조직을 융합하고 실적을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ACE 독자 생태계 구축에 총력…미래 먹거리 TDF도 한축
한투운용의 ETF 브랜드인 ACE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니치마켓 공략보다는 삼성운용이나 미래에셋운용 등 상위사들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전기차, 2차전지, 테슬라와 같이 성장가능성이 크고 타 운용사들의 기존 상품이 많은 섹터에서 상품을 출시하되, 한투운용만의 특색을 가미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왔다. 배 대표는 “올해 ACE에서 좋은 상품들을 많이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신상품을 꾸준히 추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ETF 생태계 구축을 들었다. 배 대표는 “타이거(TIGER)나 코덱스(KODEX)의 경우에는 이미 ETF 생태계가 구축이 되어 있다”며 “에이스(ACE)도 이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TF 시장은 운용사, LP, 지수 공급자, 투자자, 은행 등이 얽혀 있다. 배 대표는 이 안에서 각 플레이어가 각자 이익 극대화에 노력하고, 시장 파이가 자연스레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업계 선두주자와 달리 ACE는 아직 생태계 구축이 다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여기에 힘쓴다는 것이다.
TDF와 OCIO와 같은 자산배분 상품도 강조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 자산운용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는 자산배분"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로는 결국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봤다. 매년 시장이 다르기에 이를 맞추는 매니저만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이러한 투자결정은 장기간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다고 봤다. 때문에 매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 투자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 가장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면, 그 다음이 ETF고 이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이 TDF와 같은 자산배분 상품”이라며 “주식에서 ETF로 움직인 것처럼 ETF 다음은 자산배분 상품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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