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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KDB생명 매각해도 2대 주주로 남는다 지난달 26일 최종 보고 종료…하나금융 결정만 남아

김형석 기자공개 2023-10-11 08:00:43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최대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안을 하나금융에 제시했다. 산은이 새롭게 보유한 KDB생명 주식은 하나금융 매각에서 제외된다. 남은 잔여지분을 통해 2대주주로 남을 수 있는 셈이다.

산은의 이번 제안은 사실상 하나금융에 제시하는 최후통첩이라는 평가다. KDB생명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올해에만 45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매각 후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유상증자 등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KDB생명 자금 지원에도 참여하겠다는 시그널도 담겼다.

산은도 노림수는 있다. 하나금융의 자금지원으로 KDB생명이 정상화에 성공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잔여 지분을 고가에 매각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 최대 3000억 증자…산은 마지막 카드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지난달 26일 하나금융과 인수와 관련한 최종 보고를 마무리했다. 이날 최종보고에서는 산은은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DB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면 산은이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KDB생명 입장에서는 산은의 자금지원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후 정상화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감소한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취득한 KDB생명 주식은 매각하지 않는다. 산은은 지난 7월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이후에 발행한 주식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이 산은의 제안을 수용, KDB생명 인수를 결정하면 산은은 잔여지분을 통해 KDB생명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잔여지분율은 3~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이미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 지분율을 높였다. 당시 유상증자의 구주주 배정비율은 0.9776659026다. 이에 따라 산은에 배정된 주식은 2149만6833주다. 신주의 배정권이 없는 주식(자기주식 19만821주)을 제외한 전체 주식 중 산업은행의 지분은 95.6%가 된다. 이는 산업은행이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한 지난해 11월(92.73%)보다 약 2%포인트 상승했다. 산술적으로 산은은 유상증자에 따른 구주주 배정비율과 증자 규모에 따라 5% 이상의 잔여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추가 증자는 산은이 제시하는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산은은 채권 차환을 제외하면 이미 올해에만 4500억원을 KDB생명 지원에 사용했다. 산은은 지난 5월 KDB생명이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때 전량을 인수했다. 이어 6월 후순위채 900억원과 8월 유상증자 1425억원, 9월 후순위채 1200억원 발행에서도 모두 참여했다.

이 같은 산은의 KDB생명 자금 지원은 하나금융의 자금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산은의 지원에도 KDB생명의 정상화를 위한 하나금융의 자금부담은 여전하다.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67.5%(경과조치 적용 전)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이 각각 1조774억원, 1조59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조30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지난 8월과 9월 산은의 자금지원을 제외하더라도 하나금융은 1조1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1조1000억원은 하나금융에도 부담이 크다. 상반기 하나금융의 자본은 18조6000억원인데, 130% 룰에 따라 하나금융이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24조2000억원이다. 이미 하나금융이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이 23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회사 추가 출자 여력은 약 9000억원에 불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지속적인 KDB생명 지원은 하나금융의 전략이었다"면서도 "이번 추가 증자와 잔여지분 유지는 사실상 산은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제안 후 산은에서도 추가 제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조만간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우리금융 분할 매각 사례…KDB생명 자금 회수 긍정적

KDB생명의 잔여 지분 유지를 통한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산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향후 하나금융의 자금지원으로 KDB생명이 정상화에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산은은 잔여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 가능하다.

이 같은 지분 분할 매각은 이미 진행된 사례가 다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이다. 예보는 지난 2016년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의 지분 51%를 분할해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1단계로 과점주주를 선정 30%의 지분을 매각한 뒤 시차를 두고 블록딜을 통해 잔여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2016년 당시 9000원 수준이던 우리금융의 주가는 현재 1만204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예보는 공모와 블록세일, 자회사 분리매각, 배당금 수령 등으로 지금까지 공적자금 회수율 100.8%(12조867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예보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1.23%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면 총 초과 회수액은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IPO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 역시 유사하다. 예보는 서울보증 지분 10%만 시장에 내놓고 공모할 계획이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서울보증 지분은 93.8%다. 예보는 공모 후 보유 지분을 분할 매각할 계획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지난달 유상증자 과정에서 KDB생명의 기업가치는 1470억원에 불과하다며 산은의 잔여 지분을 5%라고 가정하면 지분가치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과거 우리금융지주와 같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산은이 지분 매각으로 추가로 회수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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