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1976년 UC샌프란시스코의 유전공학자 허버트 보이어 교수는 미국에서 제넨텍(Genentech)을 설립한다. 이듬해인 1977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제넨텍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단백질을 만들어냈다고 대서특필한다. 보이어 교수의 제넨텍 설립 이후 수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각자의 노하우를 통해 여러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넨텍은 곧 바이오텍의 효시다.#2. 미국의 모더나(Moderna)는 치료제로 쓰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온 메신저 리보핵산(mRNA)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한다. 기술을 향한 데릭 로시 하버드 의대 조교수, 동반자 로버트 랭거 MIT 교수의 꺾이지 않은 집념의 결과였다. 모더나의 mRNA 치료제 개발은 지금 돌이켜봐도 혁신적인 사건이다. 최소 10년을 내다봐야 했던 신약개발 기간을 1년 미만으로 단축시켰다. 신약 개발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깼다. 상용화에 성공한 뒤 따라온 상상을 초월하는 수십조원 단위의 수익이 덤으로 보일 지경이다.
#3. 국내 바이오 1세대, 또는 선구자로 꼽히는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 창업주 김선영 서울대학교 교수를 둘러싼 창업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김 교수는 당초 회사 설립보다 플라스미드 DNA 관련 유전자치료제 기술을 파는 데 관심이 있었다. 다만 이를 사가려는 국내 제약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1996년 직접 서울대 최초 학내 벤처 바이로메디카퍼시픽을 설립하고 오랫동안 R&D와 경영을 두루 도맡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이민화 당시 벤처기업협회장이 운영하던 벤처캐피탈 무한기술투자, 일본 생명공학회사 다카라바이오 등 우군을 만났고 2005년엔 국내 1호 특례상장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한다.
#4. 앞서 제넨텍과 모더나 그리고 헬릭스미스는 모두 교수 출신 창업 바이오텍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물론 그리고 안타깝게도 '신약을 냈고 못 냈고'란 지적이 앞서겠지만 그 탄생 이면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제넨텍의 창업과 경영은 보이어 교수 혼자의 몫이 아니었다. 보이어 교수 옆엔 항상 MIT 출신 벤처 캐피탈리스트 로버트 스완슨이 분신처럼 있었다. 모더나 역시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창업자 누바 아페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로시와 랭거 교수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제넨텍 등장 후 미국에 수 많은 바이오텍이 출몰하며 생태계를 이룩한 기저엔 'R&D와 경영의 분리'라는 선진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아니, 알고도 기획바이오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여전히 '괴짜 과학자의 하드 캐리'에만 목을 매는 슬픈 현실은 언제쯤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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