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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 넥스트스텝]예견된 사고였나, 지배구조 리스크의 민낯③양현석 총괄 버닝썬 게이트 타격 '여전', 이사회 견제 장치 미비

이지혜 기자공개 2023-10-25 13:54:14

[편집자주]

국내 최고 엔터 명가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기로에 섰다. 블랙핑크의 재계약 무산 가능성으로 촉발된 위기가 YG엔터테인먼트를 덮쳤다. 메인 아티스트 공백 등으로 YG엔터테인먼트의 성장동력이 식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가는 연일 하락세 보이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을 해법은 무엇일까. YG엔터테인먼트에게 어떤 저력이 남아있을까. YG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넥스트스텝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가 IP(지식재산권) 부족 사태를 겪는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사법리스크’를 지목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사진)는 물론 사내 인적자원이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로 본업에 역량을 쏟지 못했다. 동시에 시장 평판에 금이 가서 놓친 인재도 적잖았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YG엔터테인먼트의 의사결정 구조가 상당히 위태로운 상태였다는 의미가 된다. 오너나 창업주가 사법리스크를 겪은 것은 비단 YG엔터테인먼트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너의 사법리스크로 눈에 띄는 공백이 발생한 건 그만큼 지배구조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양 총괄에 철저하게 의지한 의사결정 구조, 양 총괄 등 내부 경영진을 견제할 만한 기구의 미비, 핵심 임원과 아티스트의 준법경영을 감시할 장치의 부재가 오늘 날 YG엔터테인먼트의 메가IP 공백 사태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양현석 버닝썬 게이트 여파는 '여전'

23일 업계에 따르면 양 총괄이 4년간 끌어온 재판의 선거 공판을 앞두고 있다. 9월 말 서울고법 형사6-3부(이의영 원종찬 박원철 부장판사) 심리로 양 총괄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고 다음 선거 공판은 11월 8일로 잡혔다.

양 총괄의 혐의는 성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등이다. 2016년 8월 당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마약 구매 혐의와 관련해 한 모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하자 양 총괄은 그를 불러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이 밖으로 알려져 양 총괄이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곤욕을 치르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핵심 IP인 빅뱅의 멤버였던 승리가 성매매, 버닝썬 자금 횡령 등 범행을 공모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양 총괄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양 총괄은 성접대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보복 협박 혐의에서도 1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사건의 시시비비와 별개로 양 총괄은 물론 YG엔터테인먼트가 입은 타격은 적잖다. 끝없는 조사를 받으며 양 총괄은 경영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YG엔터테인먼트 내 인적 자원도 아티스트 발굴과 관리가 아닌 사법리스크 관리에 투입됐다. 법무조직이 비대해졌고 내부 인력 이탈도 잦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보니 인재가 몰리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있던 인재들도 속속 이탈했다. 빅뱅을 이끌던 탑, 태양, 대성이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났고 ‘포스트 빅뱅’으로 불렸던 아이콘의 멤버들도 신생 기획사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날 YG엔터테인먼트의 IP 부족 사태는 이때부터 예견된 셈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각종 사법리스크를 겪으면서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데뷔 일정 등이 꼬였다"며 "일반적으로 2~3년 간격으로 아티스트가 꾸준히 데뷔해야 순조롭게 세대가 이어지는데 YG엔터테인먼트는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이 당시 아티스트 데뷔에 공백이 생겼다"고 말했다.

◇예견된 사고였나, 경영진 견제 기능 '미비'

당시 의사결정 구조를 살펴보면 YG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더욱 잘 드러난다. 사실상 양 총괄을 견제할 만한 인물이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8년 YG엔터테인먼트는 양 총괄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가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오랜 기간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한 황보경 이사와 유해민, RO SEAN KIM 등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사내이사의 비중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의 비중은 2021년까지 이사회의 과반을 언제나 넘어섰다.

또 당시 사외이사로 이름 올린 인물 가운데 법률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외이사의 임기도 상당히 길었다. 당시 사외이사를 맡았던 박상훈 전 이사는 2010년, 이호상 전 사외이사는 2012년, 텅샤오밍 이사는 2016년부터 일하고 있었다.

감사인 배호성씨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 법률고문,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10년부터 YG엔터테인먼트의 감사로 일해왔다.

다시 말해 YG엔터테인먼트는 최대주주의 강력한 영향력, 사외이사의 장기 재임에 따른 유착 등으로 인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 등에서도 내부 통제 기능의 미비가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이사회 내 위원회는 투자심의위원회와 내부거래심의위원회 두 가지뿐이었다.

오히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SM엔터테인먼트 등에 거버넌스 개혁 등을 요구하며 압박할 때에도 YG엔터테인먼트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등과 비교해 YG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손을 대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도 YG엔터테인먼트에 주주행동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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