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경영분석]일등과 일류 사이.. 신한의 딜레마외형성장보다 과정의 정당성 중요...수익성·효율성 강화 필요
고설봉 기자공개 2023-10-31 08:17:5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관비와 대손비용 증가’ 올 3분기 신한은행 실적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수익성과 효율성’ 등 단어 대신 비용 관련 키워드가 등장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누비는 사이 신한은행은 내실과 균형감을 중요하게 추진한 결과로 보여진다.그동안 축적한 대출자산 규모가 큰 만큼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이익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회성 요인에 다른 각종 비용 지출이 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은 저하됐다. 한때 1등 은행에 올라설수 있었던 신한은행의 날카로운 수익 창출력이 최근 무뎌졌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순이익 918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9094억원 대비 9.1%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경쟁사 실적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올 3분기 KB국민은행 9969억원, 하나은행 9274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3위로 밀렸다.
3분기 누적 기준 실적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2조59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2조5925억원 대비 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2조85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연간 1위로 올라섰다. 하나은행은 2조7664억원으로 신한은행을 따돌렸다.
전체적으로 올해 은행산업은 기업금융 위주 성장전략을 앞세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익기반이 탄탄해졌다.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가 지속되면서 기업금융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가계금융도 전체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우량 차주 위주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4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기업금융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일찌감치 포문을 연 하나은행의 뒤를 이어 올해는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가계금융 위주 대출포트폴리오를 재조정 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도 올해 기업금융 확장을 표방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신한은행의 원화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성장했다. 올 3분기 말 누적 원화대출 증가율은 1.7%를 기록했다. 다만 성장세 자체는 둔화했다. 2021년 말 대비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원화대출 증가율이 2.7%였던 데 비해 약 1.0% 포인트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2.5% 줄었고, 기업대출은 5.5% 증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세가 둔화한 것을 알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론 가계대출은 3.1% 감소했고, 기업대출은 8.6% 성장했었다.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시장 상황이 펼쳐진 가운데 성장전략도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감소 폭이 줄었고 기업대출 증가 폭도 둔화했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다소 소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체제 출범 뒤 신한은행을 필두로 신한금융 계열사들 모두 '일류신한'이란 새로운 경영 비전을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상생금융과 정도경영 등 키워드가 과거 실적 위주 성장전략인 '일등신한'을 빠르게 밀어냈다.
그러는 사이 영업현장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파고들던 모습은 최근 일선 영업현장에선 자취를 감췄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지키는데 더 급급한 수세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지키면서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그만큼만 성장한다는 느낌”이라며 “주요 거래처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사에서 제안서를 가져 왔는데 조건이 좋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대출자산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핵심 이익기반인 이자이익을 끌어올릴 요인도 줄었다. 금리 상승기에 올라타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순이자마진(NIM) 성장세가 한풀 꺽였다. 지난해 4분기 말 1.67%까지 높아졌던 NIM은 올 3분기 말 1.63%로 하락했다.
올해 신한은행은 고금리 여파로 조달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유동성핵심예금이 올해는 감소세가 더 크다. 올 3분기 말 원화예수금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유동성핵심예금은 오히려 3.0%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말에는 원화예수금이 1.8% 늘었고, 유동성핵심예금이 4.1%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대출자산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원화예수금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특히 저원가수신의 핵심인 유동성핵심예금이 감소하면서 대출영업에서 원가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자수익성은 다소 하락했다.
반면 다양한 일회성 요인으로 비용 지출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4784억원이던 판관비는 올해 3분기 누적 2조7378억원까지 불었다. 1년 만에 판관비가 1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 증가율이 6.3%인 점을 감안하면 이익 성장세보다 비용 지출률이 더 가파르다. 이에 따라 판관비율은 지난해 3분기 38.64%에서 올 3분기 42.32%로 3.68% 포인트 상승했다.
대내외 경기 변동성이 커지고 대출자산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대손충당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3951억원이던 대손충당금은 올해 3분기 누적 5955억원으로 50.7% 증가했다.
이익기반의 축소와 수익성 저하는 곧바로 순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42.06%를 기록하던 순이익률은 올 3분기 40.85%로 1.22% 포인트 하락했다. 과거 국민은행을 넘어 일등신한으로 도약할 당시 신한은행의 순이익률은 최대 50%에 육박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4분기 중 효과적인 마진관리, 비이자수익 증대 등 전략을 통해 내실있고 균형감 있는 성장을 추진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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