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김범수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립, 보수인사 김소영 기용⑤공동체 경영회의 4일 만에 외부 감독기구 신설, 초대 위원장 김소영 위촉 배경은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07 09:58:52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1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내부통제 체계에 직접 칼을 댔다. 비상경영 단계를 선포한 지 불과 4일 만에 준법과 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기구를 마련했다. 이른바 ‘준법과 신뢰 위원회’다. 김 창업자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이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초대 위원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는 김소영 전 대법관(사진)을 초대 위원장에 위촉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대법관에 오른 인물로 경상남도 창원 출신이며 보수적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해당 위원회를 독립된 전문가 조직으로서 카카오그룹에 대한 감독과 견제 기능을 수행토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는 물론 정치적 리스크까지 카카오그룹 핵심 계열사 전반으로 퍼지자 김 창업자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창업자는 그동안 카카오그룹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지만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직접 선언하며 매주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여하는 등 전면에 나서고 있다.
◇초대 위원장에 보수정권 대법관 출신 김소영 위촉
3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소영 전 대법관을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 대법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포함해 위원회의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김 창업자의 각오를 들은 뒤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기업이 사회의 규범과 법률을 준수하는 ‘준법경영’뿐 아니라 고객, 협력사, 국민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받는 ‘신뢰경영’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한 뒤 서울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장으로 임명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2012년 대법관에 올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8년 물러났다.
당시 김 위원장은 역대 최연소이자 4번째 여성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또 2017년 여성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법관을 퇴직한 뒤에는 KHL대표변호사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초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위원회는 카카오의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는 10월 30일 카카오그룹 CEO 20여명이 모여 공동체 경영회의를 매주 열겠다고 선언하며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요인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데 관여한다.
또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사용자 이익 저해, 최고 경영진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받은 여러 문제를 관리, 감독하며 능동적으로 조사할 권한을 지닌다.
카카오는 외부 인사를 추가 영입해 위원회를 연내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본 위원회가 본 명칭대로 준법과 신뢰, 양 측면에서 독립된 전문가 조직으로서 감독과 견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강력 발언 "위원회 결정 따르지 않으면 책임 물을 것"
김 창업자가 카카오그룹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점이 눈에 띈다. 김 창업자는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부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가 카카오그룹 경영에 대해 이토록 강력하게 발언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동안 김 창업자는 카카오가 크고 작은 리스크를 겪을 때나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를 겪을 때에도 한 발 물러나 현 경영진을 믿고 맡기는 리더십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를 덮친 사법리스크가 정치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김 창업자가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그룹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모빌리티사업이 사법적, 정치적 리스크를 둘다 겪으며 한순간에 좌초될 위기에 몰리자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섰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창업자의 심복으로 알려진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는 현재 SM엔터 시세 조종 등 혐의로 구속됐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검찰에 넘겨졌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모빌리트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부도적한 기업”이라고 질타받았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사업을 “반드시 제재하겠다”며 경고를 날렸다.
김 창업자가 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출신 지역과 판결 성향에 비춰볼 때 보수적 성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법조계는 물론 금융업, 자본시장에서 적절한 대응을 취할 수 있는 보수인사라고 판단해 위원장으로 내세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등을 선임할 때 현 정권과 인연이 깊거나 성향이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진용을 꾸리는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다”며 “현 정권 들어 각종 리스크로 홍역을 치르는 카카오가 대관 네트워크 등을 강화하기 위해 김 전 대법관을 기용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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