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김범수, 경영쇄신 직접 이끈다…등판 배경은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 맡아 "그룹 위기 극복, 발로 뛰는 리더십" 강조…정·재계 인맥 '주목'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08 10:54:15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새로 출범한 경영쇄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가 지금 겪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직접 나서서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로 했다.김 창업자의 리더십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김 창업자는 카카오는 물론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CEO)에게 자율적으로 경영을 맡기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가 그간 맡은 역할도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미래이니셔티브를 이끄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 창업자의 각오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는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사업과 관련해 수수료 체계 개편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카카오그룹이 사법리스크는 물론 정치적 리스크까지 겪자 김 창업자가 직접 등판해 경영 쇄신을 이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해 “부도덕하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그룹 전반에 칼을 겨누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김범수, 그룹 경영쇄신 ‘직접’ 이끈다
7일 카카오그룹에 따르면 6일 경영쇄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영쇄신위원회는 카카오가 현재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조직이다. 카카오가 월요일마다 개최키로 한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도출된 결과다.
주요 계열사 CEO가 경영쇄신위원회에 소속된 가운데 김 창업자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 창업자는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의 플랫폼이자 국민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 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창업자가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근래 들어 생긴 변화다. 김 창업자는 최근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고 밝히며 카카오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그는 “나부터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호령하기도 했다.
김 창업자의 최근 언행은 그간의 행보와 다르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을 때도 한 발짝 물러나 현 경영진을 믿고 맡겨왔다.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 데 따른 조치다. 김 창업자는 당시 경영에서 한 발짝 떨어져 글로벌 확장 등 미래 성장 업무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여가 지난 지금 김 창업자는 10월 30일 첫 공동체 경영회의를 시작하면서부터 공식적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발로 뛰겠다”는 김범수, 정·재·법조계 인맥 ‘주목’
카카오그룹이 역대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금융감독원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반드시 제재하겠다”는 경고까지 들었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는 최근 공동체 경영회의를 직접 이끌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쇄신안을 직접 챙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택시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류긍선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까지 택시 수수료와 관련해 국정감사에 불려가거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는 등 다양한 압박을 받아왔지만 시장을 설득하겠다는 자세를 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 창업자가 택시 수수료 문제를 공동체 경영회의의 핵심 안건으로 다뤘다. 6일 회의에서는 택시 수수료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반적 쇄신안도 논의됐다.
김 창업자의 행보로 사법리스크가 완화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공공연하게 최종 목표가 김 창업자라고 지목하고 있다”며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CIO)에 이어 김 창업자도 구속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경영쇄신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창업자는 올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시세조종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창업자가 발로 뛰어 만나려는 이해관계자도 사법당국과 금융당국, 심지어 정계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그룹이 당면한 리스크가 한두가지가 아닌 만큼 김 창업자가 그간 쌓아왔던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소영 전 대법관도 이런 맥락에서 중용된 것일 수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19기로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보다 선배다.
또 김 창업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창업자가 대한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한 것은 최 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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