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가 결국 검찰의 칼끝에 섰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CEO), 이진수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도 검찰에 송치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들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바라본다.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앞서 김 창업자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가 검찰에 넘겨질 당시 제외됐는데 20여일 만에 결국 송치되고 말았다.

카카오 사법리스크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김 창업자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그룹 쇄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다시 내놓지는 않더라도 시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를 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룹 쇄신 이끌던 김범수, 결국 검찰 송치

15일 금감원 특사경이 김 창업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 외에 홍 CEO, 이진수와 김성수 각자 대표, 카카오에 법률자문을 제공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두 명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이들은 불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이날 검찰에 송치된 인물은 모두 6명이다. 혐의는 같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금감원 특사경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한 혐의가 있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장내에서 400여차례 고가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 이른바 5%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도 있다.


김 창업자가 결국 검찰에 송치된 점이 눈에 띈다. 김 창업자는 10월 26일 배 대표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질 때에는 대상에서 빠졌었는데 결국 20여일 만에 송치되고 말았다.

김 창업자는 이에 앞서 10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 등과 관련해 장장 16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 특사경이 대기업 총수급을 공개 소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창업자가 이끌고 있는 그룹 쇄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창업자는10월 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핵심 계열사 대표 20여명과 함께 공동체 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또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았을 뿐 아니라 준법과 신뢰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김 창업자가 경영 최전선에서 직접 발로 뛰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 등으로 이런 작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비단 경영쇄신뿐 아니라 사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 등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2월 말까지 가맹 택시 수수료 신규 서비스 출시, 배차 시스템 개편 방안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SM·카카오엔터 핵심 경영진도 휘말렸다, 시너지 약화 가능성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로 SM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에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사 금감원이 혐의 입증에 성공해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카카오에게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간 시너지를 이끌 핵심 경영진이 사법리스크 대응에 역량을 쏟는다면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거나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는 식이다. 현재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북미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아티스트의 북미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실제로 인수 주체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외에 SM엔터테인먼트 핵심 경영진도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상태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에 협력적인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성수·탁영준 전 공동 대표, 장재호 CSO(최고전략책임자) 등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자산 매각과 SM 3.0 등 새로운 경영전략의 성공을, 이성수 전 대표는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REATION Music Rights, 이하 KMR)의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흔들릴까 '촉각'

금융당국의 최종 목표가 SM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카카오뱅크라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김 창업자를 구속하는 것은 물론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까지 흔드는 것을 내부적 목표로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해야 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혐의가 카카오 법인에 적용된다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인가 유지 여부를 판정한다.

만일 카카오가 법인 자격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 초과분을 모두 매각해야 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 법인은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검찰은 최근 배 대표를 송치하고 카카오법인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