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카카오모빌리티, 시장지배력·수익 '다 양보'…생사 걸었다가맹택시 수수료 전면 개편 더해 오픈플랫폼 지향, 김범수 창업자 결단 작용한 듯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10 09:41:00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두 달 안에 독점적 시장지위를 포기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카카오T플랫폼을 다른 택시 플랫폼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당초 예고했던대로 택시업계와 긴급간담회도 연다. 수수료 전면 개편을 공표한 지 십여일 만에 이를 실천에 옮긴다. 간담회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CEO)가 직접 참석한다.카카오모빌리티는 오픈플랫폼으로 거듭남으로써 독과점 논란을 딛고 상생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물론 실적까지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정도 규모의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김범수 창업자의 의사결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카카오그룹 전체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해 공동체 전체의 경영을 쇄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 달 안에 독점적 지위 포기, 수수료 개편안 내놓는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13일 주요 택시단체, 택시기사와 직접 만나 긴급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긴급 간담회가 열리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일 주요 택시단체와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약 12일 만이다. 해당 간담회에는 류 대표가 직접 참석해 업계 의견을 듣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상생적 협력을 이뤄내고 일반 이용자,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각계의 목소리를 지속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까지 의견수렴을 끝낸 뒤 즉시 실행안을 내놓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대응이 유례없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직면한 문제가 사실상 그룹을 뒤흔들 정치적, 사법적 이슈로 번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가맹택시 사업 전략을 놓고 “유인해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에 부도덕한 행태이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한 지 세 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배포, 가맹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에서도 엄격한 심리를 받고 있다. 쟁점은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을 따로 회계처리해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수수료 체계를 뜯어고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적 시장지위까지 포기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 전반의 운영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특히 독과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T 플랫폼을 개방하는 등 국민의 이동의 질을 높이고 상생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실상 두 달 안에 사업구조를 밑바닥부터 완전히 뜯어고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독점적 시장지위도, 실적도 포기…생사 여부 걸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결단은 그간의 경쟁력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독점적 시장지위는 물론 매출, 수익성까지 포기해야 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현재 당면한 문제를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규모의 이슈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설립하기 전인 2015년 3월 카카오T택시 서비스를 출시, 2017년 5월 카카오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카카오T택시를 국내 대표 택시 호출앱으로 육성했다. 카카오T택시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몇년 만에 90%가 훌쩍 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2021년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1100만명이 넘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공고한 시장지배력은 독점적 시장지위에 의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해 우티 등을 수용한다면 이런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가맹택시 사업자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적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버스, 기차 등 모빌리티서비스로 거둔 매출은 2696억원으로 전체에서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도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서비스로만 모두 47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렇게 발생한 매출의 상당부분이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을 별도 처리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계약을 금감원의 주장대로 연결된 것으로 인식한다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 금감원은 두 계약을 하나로 보고 전체 운임의 3~4% 정도만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흑자기조로 돌아선 지 이제 3년차라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적자를 보다가 2021년 들어서야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익 규모가 큰 편도 아니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1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정도 규모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김 창업자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6일 열린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가맹택시 수수료를 비롯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쇄신안을 직접 챙겼다. 카카오의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를 특히 눈여겨 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자회사이기에 김 창업자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3%를 쥐고 있으며 김 창업자는 이런 카카오의 지분을 13.3% 보유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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