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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해저케이블 승부수 점검] '패스트 팔로워' 이점, 과감한 속도전 배경 'LS전선'④10년 넘는 시장 개척 역사, 벤치마킹 통한 '압축성장' 추진

김경태 기자공개 2023-12-26 13:18:41

[편집자주]

최근 전선업계에서 가장 이슈몰이를 하는 기업으로는 대한전선이 꼽힌다. 화제의 지점은 '해저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국내 2위 전선업체다. 하지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향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전선은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시끄럽기도 하다. 대한전선이 과감한 행보를 펼치는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과감한 속도전을 펼칠 수 있는 배경으로 LS전선의 존재가 꼽힌다. LS전선은 10년 넘는 기간 동안 관련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후발주자인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LS전선이라는 '모범 답안'이 있는 셈이다. 검증된 사업 확대 방안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장점이 있다. 실제 대한전선은 LS전선이 오랜 기간 걸렸던 단계를 압축적으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

◇LS전선, 해저케이블 사업 '10년 넘는' 공력 투입…생산·시공 수직계열화

LS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1위 기업이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독일 NKT와 함께 전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강자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경쟁력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착실하게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LS전선은 2008년 강원도 동해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공장을 만들면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 후 점차 제품을 고도화했고 생산 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했다. 2공장 투자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졌다. 3공장은 2019년부터 2020년, 4공장은 2021년부터 투자가 시작돼 올 5월 완공됐다.

공장 규모의 지속적인 증대와 더불어 연관된 경쟁력 강화도 차근차근 이뤄졌다. 국내 전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을 옮기는 역량, 시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 외부 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경우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LS마린솔루션(옛 KT서브마린)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출처: 홈페이지)

이런 점을 고려해 LS전선은 포설선을 인수했다. 2019년 12월 '지엘(GL)마린'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지엘마린은 LS전선의 장비 시운전용 케이블을 매입했다. 또 네덜란드 ZF마린크림펜(Marine Krimpen bv)이 보유한 동력장치를 59억원에 구매했다. 작년 4월에는 첫 포설선 'GL2030'을 취항했다.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사했다. LS전선은 작년 10월 KT서브마린의 제3자배정 유증에 참여했다. 252억원을 투입해 지분 16.24%를 확보했다. 당시 KT와 협의해 KT서브마린 주식 약 629만주를 449억원에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졌다.

지엘마린은 올 1월 KT서브마린에 포설선 GL2030을 391억원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어 LS전선은 올 4월 KT서브마린의 주식 629만558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거래는 올 8월 완료됐다. 이로써 LS전선은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생산과 시공을 아우르는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대한전선, 과감한 투자 추진…'수직계열화' 빠른 템포 구축

대한전선은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보유한 기업이다. 창업주 고 설경동 대한방직 사장이 1955년 조선전선을 불하받아 설립했다. 그러다 그룹 경영 위기가 불거지면서 대한전선도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대에 채권은행 관리 체제에 놓였다.

그 후 주인이 바뀌었다. 2015년에는 국내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2021년에는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산업이 IMM PE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며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호반그룹은 건설사업이 주력인데 M&A를 활용해 이종산업에 진출해왔다. 대한전선 역시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인수했다. 호반그룹이 전선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놨지만 행보는 과감했다.

대한전선 인수를 완료하던 2021년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추진을 공식화했다. 작년에는 해저케이블 1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달에는 2공장 건설을 위한 유증을 발표했다. 1공장이 완공되지도 않은 시점에 다음 단계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속도전을 펼치는 셈이다.


전선업계에서는 LS전선이라는 모범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건설업이 주력인 호반그룹이 이렇게 빠른 템포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LS전선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시장 진출 행보는 LS전선이 10년 넘게 이어온 경쟁력 강화의 '압축적 실행'을 보여주고 있다. 공장 추진뿐 아니라 해저케이블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포설선을 빠르게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LS전선은 2008년 공장 착공 후 포설선 GL2030을 취항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그런데 대한전선은 이달 20일 6200톤급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해저케이블 1공장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인수를 완료한 셈이다.

이 포설선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Cable Laying Vessel)다. 자항 능력과 선박위치정밀제어시스템(DP2·Dynamic Position) 등의 최신 기능을 갖춘 특수선이다. 한 번에 선적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은 최대 4,400톤에 달한다. 매입 가격은 약 500억 원이다.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LS전선이 2008년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착수한 이후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됐는지를 후발주자로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LS전선은 총 7000억원 수준의 금액을 투입했다.

대한전선은 2년 전 유증 금액 4889억원 중 2000억원을 해저케이블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유증 금액 중에서는 4758억원을 해저케이블 사업에 투입한다. 이를 더하면 6758억원으로 LS전선의 투자금액과 유사한 수준이다.

대한전선이 인수한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출처: 대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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