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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M 10대 뉴스]금융권 강타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주요 은행 판매 중단, 당국 관련 법규 손질 예고

이명관 기자공개 2023-12-29 10:55:1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하반기 자산관리 시장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9년 한 차례 후폭풍이 지나갔다가 4년여 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올해 문제가 된 ELS는 2021년 초 판매된 상품들이다. 1만1000선을 웃돌던 홍콩 H지수가 6000선을 오가면서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일부는 녹인(Knock-In)을 터치하면서 불안감이 한층 확대된 분위기다. 이들 ELS의 만기는 3년으로 오는 2024년 도래한다.

◇은행 중심 논란 확대, 판매 금지 속출

은행은 ELS 발행 권한이 없다. 헤지 운용이 아닌 '판매'에 주력한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 인수 계약을 맺고 사실상 ELS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특정금전신탁을 고객에게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여기에 은행의 선택에 따라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ELS 헤지 운용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ELS를 활용한 펀드가 2006년부터 쏟아졌다.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상품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다보니 다소 어려운 펀드로 인식됐다. 특히 원금손실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수반돼야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었다. 홍콩H지수 ELS의 경우엔 변동성까지 심했다. 지수 하락으로 손실 위험이 불거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사실상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던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홍콩H지수 ELS를 놓지 않았다. 다른 ELS에 비해 변동성이 커 높은 약정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데다 마케팅도 용이해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혔다. '효자상품'이었던 셈이다.

올해 하반기는 내재된 위험이 수면 위로 나타나는 시기였다. 홍콩H지수가 60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ELS에 대한 위험신호가 감지됐다. 지수가 바닥을 치면서 관련 ELS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상당수 ELS 펀드가 녹인을 터치했을 정도였다.

이에 투자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2021년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오는 2024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그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만기 도래시점까지 홍콩H지수가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홍콩H ELS 판매 잔고는 14조297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7조6695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856억원, 우리은행 408억원 순이다.

4년 전 불거졌던 파생상품 사태의 여파로 시중은행 간 전략이 갈리면서 잔고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판매 잔고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의 경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해외 금리연계 DLF 불완전판매 건으로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그후 해당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파생상품 판매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다. 자연스레 가판에서 홍콩H지수 ELS도 제외했다.

유사하게 우리은행과 동일하게 CEO 징계를 받았던 하나은행은 홍콩H ELS 판매를 지속했다. 같은 파생상품이어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조단위 판매고를 유지했고 ELS 사태를 비켜가지 못했다.

ELS 손실 위험도가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이 또 나섰다. 불완전판매 이슈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시중은행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관련 '불완전 판매'를 가려낼 수 있도록 주요 유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나선 상태다.

판매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확대되자 더이상 판매할 동력을 잃었다. 이달 초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마지막으로 ELS 주요 판매처인 5대 은행들은 모두 홍콩H지수 ELS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보다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모두 판매를 중단했다.

◇'파생상품 총량규제' 변화 가능성에 업계 주목

ELS 손실 위험이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스탠스에 시장의 이목이 향한다.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법규를 손 볼 참이다. 핵심은 파생상품 총량규제다. 앞서 금융당국은 4년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계기로 도입했던 은행권 파생상품 총량규제를 손 보기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에 파생상품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파생상품 판매에서 대규모 문제를 일으키자 2019년 11월 말 기준 판매 잔액만큼만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분위기는 기존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규제가 오히려 독이 되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ELS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파생상품 총량규제가 문제가 된 지점은 잔액기준으로 총량이 제한되면서 ELS 사태가 확산됐다는 논리다.

홍콩H지수 ELS의 손실 문제가 심각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파생상품 총량 규제의 역효과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규제가 도입된 2019년 11월 잔액 기준으로 총량이 제한됐다.

당시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 대비 한도가 2~3배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공격적으로 ELS를 판매할 수 있었다. 현재 홍콩H지수 하락으로 KB국민은행이 힘겨워하고 있는 단초가 된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이 지점에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총량규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어서다. 규제를 도입했을 당시 은행별 한도를 규제하는 것을 두고 징벌적 규제라는 비판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우려가 들어맞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에선 보다 강력한 형태의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일부에선 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규제보단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공적 규제 범주에 들어오게 하면서 표준화와 투명성 제고 등 판매 제한을 두기보다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규제가 취급할 수 있는 은행별 적정 판매 규모를 정해주는 식이었다보니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불완전 판매 이슈와 연결돼 파생상품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들도 이런 이유로 선제적으로 ELS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하고 전략적으로 문제가 된 공모 비히클 대신 사모를 활용하는 방안을 엿보고 있다. 굳이 당국의 규제 레이더에 들어가는 공모보다는 사모를 통해 계속해서 판매채널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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